[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일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재차 거론하며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산업계에서는 미일 무역협상보다 미중 무역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중단 조치 이후 시장에서 다른 산업으로 타깃이 옮겨갈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패권을 잡겠다는 중국의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제시된 ▲차세대 정보 기술 ▲공작기계·로봇 ▲첨단 철도 설비 등 10개 분야 23개 품목을 주목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 역시 미중 대립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설비 투자 둔화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일시 회복 후 다시 하락하는 ‘더블딥’(double dip) 불안감도 여전하다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중국 경제는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1분기에 안정세를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더블딥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기 회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이 중국 경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견제하는 것은 중국과의 거래가 어려워지면 관련 종목 수익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5세대(5G) 통신망 사업의 핵심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후 미중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포위망을 좁히기 위해 다른 분야에 대한 제재 조율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이 공작기계나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군사용 등으로 사용되는 만큼 미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위기감을 반증하듯 중국에서 생산 확대를 표명한 공작기계 업체 DMG모리 주가는 한달 새 20% 이상 하락했다. 오쿠마 주가도 2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 업체 화낙과 SMC 주가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가량 하락했다.

철도·해양엔지니어링·농업용 기자재 등 다른 분야에서도 관련 종목 주가는 약세다. 

지난 19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는 뉴욕시 신규 철도사업에 중국의 철도업체 중국중처(中國中車·CRRC)가 설계한 제품을 채택하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며 미 상무부에 조사를 요구했다. 

AP통신 등은 미국이 정보통신 분야 이외에도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신호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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