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이례적 대응에…“오죽했으면 이럴까”

유수정 산업팀장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언론이 가진 힘은 직접적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환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실제 언론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오죽했으면 연예계 사건사고 기사가 떠들썩할 때마다 “이번엔 또 뭘 감추려고 이러냐”는 말이 당연시됐을 정도일까.

 

민주주의시대에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여야 할 언론탄압이라는 말이 때때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일부 보도기관이 여론몰이나 일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언론플레이(언플)를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회부되는 사례 역시 이젠 놀라울 일도 아니다.

 

언론사와 언론인들은 기사 하나가 사회에 일으킬 수 있는 파장에 대해 늘 명심해야한다. 이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만을 보도해야 하는 의무를 더욱이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최근의 대한민국 언론은 이 같은 힘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섣부르게 내두르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는 기자들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일부 언론에서 삼성 최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는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로 향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증거인멸 개입 여부와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쏟아냄에 따름이다.

 

2016년 말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상 가장 떠들썩했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국정농단)’에 연루됐을 당시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단 한 차례도 내놓은 바 없던 삼성이었다.

 

이 때문일까.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 외에는 그 어떠한 대응도 없던 삼성이 사정 당국이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까지 발표하고 나선 모습은 흡사 읍소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오죽했으면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무분별한 보도는 이미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유죄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아직 진실규명의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된 실정이다.

 

그러나 유무죄 판단은 기소와 공판을 통해 공정하게 규명돼야한다. 여론몰이를 통해 추측하고 속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혹여나 수사에 영향을 줄까 모두가 숨죽이며 말을 아끼는 가운데 일부 언론의 이 같은 태도는 흡사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물론 수사의 진척 여부 및 향후 진행 방향 등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의 취재가 수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언론의 자유 역시 보장해야한다.

 

그러나 아님 말고 식의 추측성 보도는 결국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은 ‘카더라’ 식의 ‘찌라시’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사실 확인의 규율마저 무시한 채 무리한 보도를 쏟아내는 일부 언론에 묻고 싶다. 대체 이재용을 죽여 무얼 얻으려는 것인가.

 

yu_crystal7@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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