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같이 살래요' 화면 캡처]

 

[서울와이어] 나도 꼭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KBS 주말 드라마 "같이 살래요". 때론 그 시간에 자기도 하는데 주말에는 끝까지 본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그러니까 시청률이 꽤 높은 것 같다. 30%에 육박했다. 모든 방송을 통틀어 1위다. 다른 방송들은 얼마나 부럽겠는가.

유동근 장미희의 러브 라인이 너무 재미 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럴까. 둘다 중년의 배우. 멋지게 늙었다. 60이 넘은 장미희는 40대 초반쯤으로 보인다. 미모도 젊은 배우 못지 않다. 유동근의 연기력은 100점을 줄만하다.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할까. 반면 MBC 드라마는 바닥을 기고 있다. MBC의 분발도 기대해 본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러나 너무 리얼하다.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렸다. 주말 저녁 식사를 한 뒤 장모님,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본다. 소재가 통속적인 것 같지만 지루하지 않다. 전개도 빠르다. 내가 유동근이라면 어떨까 하고 드라마에 빠지기도 한다.

극 중의 유동근은 내 나이 또래다. 내가 유동근이라면 장미희의 프러포즈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애들만 없다면 거칠 것이 없는 만큼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다. 그러나 애들이 있기 때문에 나 역시 고민하지 않을까. 사랑이 먼저냐, 자식이 먼저냐의 갈등에 휩싸일 듯하다.

장미희의 대시도 아름답게 비친다. 누구나 그렇듯이 첫 사랑은 잊을 수가 없다. 첫 사랑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대부분 가슴 속에 안고 산다. 그 첫 사랑을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다고 해보라. 얼마나 가슴이 뛰겠는가. 유동근과 장미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시청자들은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두 중년 배우 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자들의 연기력이 뛰어나다. 유동근 딸 셋과 아들 하나의 얘기 구성도 재미 있다. 나는 막내 딸의 톡톡 튀는 연기도 좋아한다. 딸이 없어서 그럴까. 그런 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나는 아들만 하나 있다.

연기도 그렇지만 대본이 탄탄한 것 같다.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할까. 대사 하나 하나가 가슴에 꽂히기도 한다. 물론 연출도 평가할 만하다. 드라마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기를 모을 수 없다. KBS 드라마가 다른 방송국을 압도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주말이 기다려진다. 주말에는 저녁 약속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일찍 끝내고 집에 돌아와 드라마를 꼭 챙겨 본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즐겨본다고 했다. 이심전심이다. 내가 재미 있으면 남도 재미 있다.

드라마는 대부분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유동근과 장미희의 사랑도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응원을 보낸다. 자식들도 부모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자식도 분가하면 멀어지기 때문이다. <글 : 오풍연 오풍연구소 대표>

 

 

poongyeon@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