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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최형호 기자]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댐 붕괴 원인이 자연재해가 아닌 미흡한 조치 때문이라는 현지 조사가 발표된 가운데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지어진 것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태국 AEC 뉴스투데이(News Today)에 따르면 지난 20일 익명을 요청한 라오스댐 시행사 PNCP 관계자 말을 인용“라오스  댐은 토양(흙)으로 지어진 것이 붕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PNCP는 SK건설과 서부발전, 태국 전력회사, 라오스 기업 등이 만든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7월23일 세남노이 저수지 담수를 위해 축조한 5개의 보조댐(A·C·D·E·F) 중 폭우로 보조댐 D가 유실돼 약 5억t의 물이 방류되면서 인명피해와 재산손해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SK건설은 당초 ‘흙댐’으로 설계된 보조댐 D를 ‘콘크리트댐’으로 바꿔 착공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댐은 콘크리트로 건설될 것이며 적어도 10미터의 깊이에 고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400미터(1312피트) 길이의 보조댐이 붕괴된 지점에서 1킬로미터(0.62 마일) 이상 떨어져 건설 중에 있다.

 

조사과정에서도 재해가 아닌 인재일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이어졌다. 전날 내린 폭우로 댐이 무너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그 폭우도 SK건설이 주장하는 기록적인 폭우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전날에 “폭우가 쏟아졌어도 그 나라 날씨 등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 버틸 수 있게 설계를 하게 마련”이라며 “(댐이 무너진 것은) SK건설이 잘 못 설계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귀띔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 현지인의 말을 인용해 참사가 일어날 당시 라오스는 전날에만 비가 왔을 뿐 사고 당일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SK건설이 주장하는 전날 많은 양의 비도 라오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반적인 홍수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SK건설의 공사비 축소 및 설계 부실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라오스 댐 사업에 사업 초기인 2012년 3월9일 1차로 측정된 총 공사 계약금액은 8억9900만달러 였지만 최종적으로 6억5800만달러까지 낮추며 부실시공을 단초를 SK건설이 제공했다는 것 . 

 

대게 공사비 축소로 인한 설계 변경은 부실공사의 단초가 된다는 것이 건설업계 중론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게 공사비용을 줄이는 것은 '인건비 절감'이란 명목으로 하는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혹은 건설 자제의 무리한 축소로 인해 설계 변경 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 댐 붕괴 재해 아닌 '인재'

라오스 정부도 이번 댐 붕괴와 관련해 재해가 아닌 '인재'로 결론지었다.

 

지난 28일 라오스 국가 조사위원회는 "(댐)붕괴 전날 집중호우가 쏟아졌다"면서도 "붕괴가 시작됐을 때에도 댐 수위가 댐 높이보다 낮았다. 불가항력에 의한 붕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댐 붕괴 주요 원인과 관련해 "(댐) 수평 방향으로 연결된 미세한 관들과 관련이 있는 높은 투수성 문제를 발견했다"며 "물을 채우고 수위를 높이는 동안 미세한 틈을 따라 누수가 가속화됐고, 이는 적색토 층의 침식과 연성화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해당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에 가깝다는 것으로 풀이한 것.

 

SK건설은 라오스 정부의 발표로 비상등이 켜졌다. SK건설은 라오스 정부 발표가 나자, 즉각 성명을 내고 "정확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반박했다.

 

SK건설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경험적 추론에 불과해 동의할 수 없다"며 "전문기관마다 의견이 상이한 상황에서,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라오스 정부의 원인 조사 및 검증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진행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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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열 분리 과정 '골칫거리' 전락

SK건설은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인해 계속해서 악재를 맞고 있다.  조사가 길어지며 SK건설의 상장 절차(IPO)에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라오스 정부 발표로 인해 SK건설은 더욱 안개국면을 맞았다.

 

시장에선 SK건설이 SK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골칫거리'로 전락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SK건설은 지난해 7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고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라오스 댐 붕괴 사고가 터지며 상장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SK건설이 상장을 추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SK디스커버리의 계열 분리를 든다.

 

SK건설의 주요주주는 SK(주)와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로, 두 회사는 3월 말 기준 각각 44.48%(1569만여 주), 28.25%(997만여 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다른 계열사 지분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어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 곳이 SK건설의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SK건설 상장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SK건설이 상장되면 지주사는 지분 20%만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고 SK디스커버리는 추가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라오스 정부의 발표가 SK건설 상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인재로 최종 결정이 날 경우 SK건설은 상장에 치명타를 입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건설의 상장이 무산되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2대주주 SK디스커버리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실타래가 꼬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라오스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인재로 결정되면 보험금 처리 등 비용 지급 규모 등이 달라지므로 불확실성이 있다"며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이 공모 청약에서 투자를 꺼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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