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송은정 기자

[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 학창시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방과 후 1시간 씩 오락했던 기억이 난다.

 

게임을 하다보면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당분간 사라지곤 했다.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내 가치가 올라간 것 같은 환상에 젖었고 공부에서 얻지 못한 대리만족도 느꼈다.

 

게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재충전은 물론  일상에서 더욱 자신감 있는 내가 돼 하루하루를 살았던 기억이 난다.

 

청소년 시절 놀이문화가 많지 않았던 당시, 게임은 일종의 탈출구였던 셈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국내 사회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일단 기자 같이 게임을 좋아하거나,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썩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과거 셧다운제를 통해 '게임 중독'을 규제 한다는 것 자체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는데, 한술 더 떠 이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여긴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다.

'질병' 이라는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 수밖에 없다. 무언가 문제가 있거나 치료가 필요한 것이 병이니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게임중독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중독이고 어느 선부터가 치료가 필요한 수준 일까?   

WHO가 말하는 '게임중독' 기준에 따르면 단순히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를 질병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질병 분류가 되는 '게임 중독' 이란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 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르는 등의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평소 '게임' 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면 게임 중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테고,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 인식 탓에 게임이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어패가 있다.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중독을 질병이라고 정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일상을 잠시 잊는 탈출구일 수도, 아님 삶의 괴로움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질병으로 규정짓기엔, 게임 안에 내포된 여러 가치들을 너무 값어치 없게 보고 있진 않은지 한 번은 곱씹어볼 문제다.

질병은 통상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달려있지 WHO가 정할 문제는 아니기도 하다.

게임은 말 그대로 요즘 세대들을 대변하는 놀이문화다. 설령 게임에 빠져 사는 이들을 두고 질병환자 취급하는 건 인권침해에 해당된다.

또한 이런 논리라면 전세계 프로게이머들은 모두 질병환자라는 얘기가 되는데,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게임문화가 없었던 시절 딱지치기, 구슬치기가 그 시대를 반영한 놀이문화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부터 땅거미가 떨어질때까지 해도 엄마의 잔소리만 있을 뿐 그 누구도 이를 질병이라 부르지 않았다.

게임은 요즘세대들에게 구슬치기, 딱지치기인 셈이다. 그런데 하루종일 놀이문화에 빠져들었다고 질병으로 분류하기엔, 큰 어패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나친 비약일 수 있겠지만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국내 게임 기업들은 ‘질병 유발자’ 신세로 전락돼야 하나.

yuniy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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