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망 증가에 국제사회 비난 확산
美당국 “정당하게 방어할 권리” 이스라엘 옹호
안보리 유혈사태 비난 성명 美반대로 무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유혈사태가 발생한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8명을 포함한 최소 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가자지구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해 14일(현지시간) 시점에서 최소 57명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당국이 밝혔다. 부상자 수 역시 27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로 지난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한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며 “사망자 중에는 16세 미만 어린이 8명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일단 종료됐지만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는 ‘나크바의 날’인 15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희생자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아랍권과 프랑스·독일 등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옹호하고 나섰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 폭력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개관하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미국 대사관 이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약속을 이행하는 의미”라며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속적·포괄적 평화를 향상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아바스 의장은 이스라엘군의 행동은 ‘학살’이라고 강력 비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외무성 대변인 역시 이스라엘군이 무방비 상태의 시민에게 발포한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독일 정부 역시 이번 유혈사태로 60명에 가까운 시민이 사망한 것과 관련 이스라엘 측에 실탄 사용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가자지구에도 평화로운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며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 처해진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유혈사태를 비난하며 각국 당사자와 직접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쿠웨이트는 가자지구 유혈사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주요 외신은 안보리가 15일 회의를 소집해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히며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 성명 채택 여부를 주목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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