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율 높은 현대글로비스 가치 높이 평가" 의혹
합병비율 협상은 '제로섬 게임'… "그만큼 모비스 주주는 손해보는 구조"
정의선 부회장 세습 토대 완성 지적도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임시주총이 29일 열리는 가운데,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잇따라 '반대 권고' 의견을 내놨다.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조항이라는 주장이다. 모비스가 사업성 좋은 사업부문(모듈·AS부품)을 '굳이' 글로비스에 떼어줄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의견과 함께, 합병비율(모비스:글로비스=0.61:1)의 적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도 "상대적으로 글로비스 지분율이 높은 총수일가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라고 지적하며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그룹이 모비스를 통해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며, 모비스 주주들에 대한 고려 없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세습 토대를 완성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 중심이다. 이에 따라 모비스에는 핵심부품·투자 사업만 존속하게 되며 글로비스는 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까지 안게 된다. 

29일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현재 모비스 주식을 보유한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각각 지분율 16.88%, 0.67%, 5.66%)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지분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반대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합병된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함으로써 모비스 지분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큰 그림이 완성된다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대주주-현대모비스-완성차(현대·기아차)-개별 사업군으로 단순화된다. 현대모비스가 그룹 상단에서 사실상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3개 회사의 모비스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는 그 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비스는 현재 현대차의 대주주로 20.78%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기아차의 대주주(지분율 33.88%)다. 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이 6.96%, 나머지 3개 회사가 23.2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모비스 지분 확보 작업이 끝나면 대주주의 모비스 지분율은 30.17%에 이르게 된다.

 

 

◇ ISS·참여연대 등 분할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 의문 제기 '왜?'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은 모비스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불합리한 '분할합병 비율'을 들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이다. 해당 비율에 따라 기존 모비스 주주는 글로비스 주식을 함께 받게 된다. 모비스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의 경우 모비스 주식 79주와 글로비스 61주를 받게 되는 식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증권가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다소 불만을 보일 것"이라고 일찍이 우려를 나타냈다.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모비스의 분할부문(모듈·AS부품) 가치를 모비스 전체 가치의 40.12% 수준인 9조270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부품 사업의 가치평가로는 조금 낮아 보인다는 진단이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역시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본질가치가 합리적 근거와 적절한 가정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게 분할합병 비율이 산정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율은 각각 6.71%, 23.29%이다. 반면 모비스 지분은 정몽구 회장만 6.96% 보유하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6.96%에 불과한 모비스의 인적분할에서 분할법인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 총수일가 지분이 29.9%인 글로비스에 유리한 분할합병 비율을 도출할 수 있다"며 "합병비율에 관한 협상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비스에게 유리한 합병을 통해 총수일가가 이익을 누리게 되면, 그만큼 가치가 평가 절하된 모비스의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 현대차그룹 "분할합병 비율은 법적 근거 따라 산출, 모비스 주주에게 오히려 이익" 

현대차그룹은 논란이 된 분할합병 비율 산출과 관련해 "엄격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적 근거에 따라 공정하게 산출됐으며, 모비스 주주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합병가치 비율의 경우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이익창출능력 및 현금창출능력 비율과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시장에서 평가한 양사의 가치비율도 본 분할합병 비율과 유사하다"며 "이런 이유로 정부 당국에서도 분할합병 비율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근거에 대해 "향후 자동차 사업의 미래가 핵심부품, 특히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과 같은 미래기술 확보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모비스가 지속성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강하다"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대주주가 1조 이상의 세금을 부담하며 사회적 책임에 적극 부응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출자구조 재편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토대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심플하게 봤을 때, 글로비스에 있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현대모비스로 모이면서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는 것"이라며 "이로써 총수일가의 그룹 내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지며, 향후 정 회장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에게 물려주면 경영권 승계는 비교적 손쉽게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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