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이익개선 순풍에 한일 정유사 전년 호실적
글로벌 경기 정체·중동 정세 불안에 유가 고공행진
정제마진 감소·재고평가익 감소·환율 영향에 1분기 실적 일제히 하락
2분기 실적 개선 기대 vs 우려 목소리 높아

국제유가 상승세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한일 정유업계가 배럴당 70달러대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마진 악화 우려가 커져 시장 예상치를 밑돈 1분기 실적을 내놨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완만한 국제유가 상승세에 지난해 호실적을 낸 한·일 정유업계가 가파른 유가 상승곡선에 실적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재고평가익 증가와 정제마진 회복으로 이어져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급격한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정유사 입장에선 유가 상승분을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바로 전가하기 힘들어 마진 악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파기 우려로 상승세를 탄 국제유가는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시대를 맞았다.

 

경제 붕괴 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의 지속적인 감산 움직임도 세계 원유 부족 우려를 키우며 유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현지시간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35달러(0.5%) 상승한 71.3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WTI가격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 가능성에 한때 배럴당 71.92달러까지 오르며 72달러 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유럽거래소의 브렌트유(Brent)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0.20달러 상승한 78.43달러, 중동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1.53달러 상승하며 75.30달러를 찍으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상승에 일본 정유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전날까지 발표된 일본 정유 3사의 2017년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연결결산을 살펴보면 영업이익과 최종순익이 모두 증가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익이 중가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 이익 개선이 순풍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JXTG홀딩스(HD)는 지난해 4월 도넨제너럴과 합병하기 전보다 70% 증가한 최종순익을 기록했다. 산케이신문은 칠레 구리광산 문제로 감손 손실을 계상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이익개선과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데미쓰코산(出光興産) 역시 순이익 1623억엔(약 1조588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1% 증가하며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모에너지도 전년 대비 36.8% 늘어난 최종순익을 내놓았다.

 

2016년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 4사도 지난해 최고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영업이익은 7조9589억원으로 역대 최고였던 2016년 7조9513억원을 넘어섰다. 유가 상승세와 비(非)정유 부문 사업 비중 확대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글로벌 경기 회복세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 2월 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정유사의 재고평가익이 감소,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이익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유사들이 유가 상승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유가가 전가되는 정제마진을 노려야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위축돼 있어 기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의 유가 상승이 경기 회복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가 아니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증하듯 국내 정유사들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급변동으로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정유사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 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이익)이 개선되고 있어 2분기 실적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1% 줄었다. GS칼텍스도 1분기 영업이익이 52.01% 줄었고 에쓰오일와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23.4%, 1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유사들도 1분기 실적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JXTG는 이미 감손 손실 계상을 완료해 세금 부담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1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데미쓰와 코스모 역시 각각 36.5%, 21.7%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원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 중국이 석유제품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2분기부터는 정유사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전날 글로벌 산유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데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유혈사태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아 중동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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