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연정을 지지하는 사회민주당(사민당·SPD) 안드레아 날레스 대표가 2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며 메르켈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날레스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지를 더 이상 얻을 수 없다”며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이 대패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민당은 지난달 26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저치인 15.8% 득표율로 원내 제5당이었던 녹색당에 밀려 제3당으로 전락했다. 같은날 치러진 브레멘주 선거에서도 2차 세계대전 후 70년 이상 유지해온 제1당 자리를 내주며 날레스 대표에 대한 비판이 강해졌다.

독일에서는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과 대연정을 형성해 메르켈 정권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당내에는 지지도 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연정에서 탈퇴하고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음주 초 열리는 당 회의에서 날레스 대표가 정식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선거 참패로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날레스 대표의 사임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더구나 새로운 대표 선임 과정에서도 당의 대연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외신은 “날레스 대표의 후임이 누가 되느냐가 대연정 유지의 관건”이라며 후임 선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연정 탈퇴 목소리가 높아지면 메르켈 정권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2017년 총선에서 가까스로 4연임에 성공한 후 자신이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CDU·CSU)과 자유민주당, 녹색당과의 연정 협상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최종적으로 사민당과 대연정 수립에 합의했다. 

사민당 내부에서 대연정에 부정적인 좌파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가운데 만약 사민당과의 대연정이 무산될 경우 새로운 연정 파트너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메르켈 정권의 붕괴나 의회 해산·총선거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사민당 차기 대표 선출과 대연정 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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