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갖고 누진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등 3개 방안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해 올 여름부터 국민들의 냉방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갖고 누진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등 3개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말부터 민관 누진제 태스크포스(TF·위원장 박종배 건국대 교수)가 검토해 이날 처음으로 내놓은 3개 대안은 ▲ 작년 임시할인처럼 현행 3단계 누진제 구조를 유지하되 구간을 늘리는 방안 ▲ 3단계 누진제를 2단계로 줄이는 방안 ▲ 누진제를 폐지하는 1단계 단일안 등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소비자단체·학계·연구계 등 전문가들이 각 대안별 장·단점을 논의했다.

   

첫번째 방안인 '누진구간 확장안'은 누진체계를 현행처럼 3단계로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별도로 누진구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한시할인 방식을 상시화하는 것으로 할인대상은 지난해와 같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한다.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한다.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은 월 350kWh이다.

   

이번 확대안은 오는 7∼8월 1구간 상한이 300kWh로 올라가면서 사용량 300kWh까지는 93.3원을 적용한다.

   

2구간 상한은 450kWh로 올리면서 사용량 301∼450kWh에 187.9원을 부과한다.

 

450kWh를 초과해야 3구간 요금 280.6원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450kWh 이하 구간의 대다수 국민에게 작년과 동일한 혜택이 제공되지만 현행 누진제 틀이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450kWh 이상 사용 가구도 1, 2 구간을 거쳐서 사용량이 늘기 때문에 그만큼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사용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체적으로 가장 많은 1629만가구가 월 1만142원의 할인을 받는다.

   

두번째 '누진단계 축소안'은 여름철에만 누진 3단계를 2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여름철에 요금이 가장 높은 3구간을 폐지해 요금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각 가구가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할인을 받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609만 가구가 월 1만7864원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전력소비가 많은 가구(400kWh 이상 사용)에만 혜택이 부여된다는 측면이 있다.

 

세번째 누진제 '폐지안'은 누진제를 폐지해 연중 단일 요금제로 변경하는 것이다.

   

전국 887만 가구가 월 9951원의 요금할인을 적용받게 된다.

   

이 경우 누진제를 상시 폐지하는 안으로 누진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으나, 약 1400만 가구에서 월평균 4335원 요금인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전기를 적게 쓰는 1구간 가구는 요금을 인상하는 반면 전기를 많이 쓰는 3구간 가구는 요금이 인하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1구간 93.3원 2구간 187.9원, 3구간 280.6원의 평균치인 125.5원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1구간에 속한 사람들이 요금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고 누진구간을 확대하거나 누진단계를 축소하는 두 방안은 요금인상 요인이 따로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복수의 개편안을 놓고 이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오는 11일 공청회를 거치는 등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중 최종 개편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4일부터 한전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해 국민 의견도 받는다.
   

지난해에도 누진제를 오는 7∼8월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12월부터 가동한 민관 태스크포스(TF) 검토를 통해 제도를 개편하게 됐다.

 

지난 여름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 청구서'가 쏟아지자 누진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커진 것을 반영한 조치다.

   

TF는 학계, 국책연구기관,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력·소비자 전문가와 소비자·시민단체, 산업부, 한전 등으로 구성됐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주택용 전력소비 억제와 저소득층 보호 차원에서 1974년 도입됐으며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이 누진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로 돼 있다.

   

정부가 2016년에 6개 구간을 3개로 줄였는데도 매년 누진제 논란이 반복됐다.

   

산업부는 누진제에 대한 중장기적 대안으로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는 이미 도입됐다.

   

그러나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려면 가구당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가 필요해 내년까지 최대한 이를 보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안을 적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받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로 3가지 안 중 가장 많다.

   

할인액은 월 1만142원으로 다른 안의 중간 수준이고,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

       

하지만 현행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라 매년 반복되는 논란을 근본적으로 잠재우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안은 여름에만 3단계 누진제를 2단계로 줄이는 '누진단계 축소안'이다.

   

평시에는 3단계 누진제를 그대로 적용하다가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7∼8월은 3단계를 없애고 1, 2단계 요금제로 가는 방식이다.

   

요금 불확실성을 제거해 여름마다 불거지는 전기요금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으로 여겨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에어컨을 충분히 틀어도 '폭탄 요금 고지서'가 날라올 걱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월 17864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3가지 대안 중 요금 할인 폭이 가장 크다.

   

하지만 전력 소비가 400kWh 이상인 가구에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할인적용 가구 수도 3가지 안 중 가장 적은 609만 가구다.

   

마지막 3안은 계절과 상관없이 누진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다.

   

3가지 안 중 누진제 논란을 해결할 가장 획기적인 안을 평가받는다.

   

할인적용 가구 수는 887만 가구로 1안과 2안의 사이에 있다.

   

하지만 할인 수준이 월 9951원으로 3가지 안 중 가장 적고, 1416만 가구는 오히려 전기요금이 현행보다 올라가게 된다.

 

또한 전기요금이 오르는 가구의 상당수는 전기 사용량이 적은 1구간에 속해 있어 '부자 감세'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월평균 인상분은 4335원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3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TF는 토론회와 오는 11일 공청회를 거쳐 3가지 안 중 한가지안을 권고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권고안은 한전 이사회 의결,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부 인가 후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yuniy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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