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도통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업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112.0에서 올 1월 109.9로 떨어진 뒤 지난달 108.1로 더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 심리지수 수치는 100이 넘으면 과거의 경기 상황보다 좋음을 나타내고, 100 미만이면 좋지 않음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이 과거보다 안 좋아지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불경기가 음식장사를 하기엔 최적기다. 확실한 맛과 정성이 보장된다면 소비자들은 실험적인 소비보다 검증된 소비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물론 ‘확실한 맛과 정성’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장사의 본질에서 음식에 과한 정성을 들이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뉴의 맛을 위해 정성을 들이는 점주가 있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용이해진다. 특히 소자본 창업일수록 재료의 신선함과 맛의 진정성이 중요한데, 이는 점포 크기 뿐 아니라 상권이 좋지 못한 곳에 창업을 하게 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좋은 재료로 정말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동네 맛집’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음식점 주인의 뚝심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국산 김치와 중국산 김치를 구별할 줄 모른다. 가격차이는 어마어마한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김치를 쓴다는 문구를 매장 내에 큼지막하게 써서 걸어둔다는 것은 보통 결단력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석촌호수 주변에 최근 오픈한 ‘김치도가’라는 식당이 그런 용기와 결단을 내보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김치도가는 국내산 김치, 국내산 돼지고기만 사용하는 곳인데, 자신들의 결연한 의지를 매장 내에 비장하게 적어놨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전달한다는 식당 본연의 의지는 불경기를 타도 할 아주 강한 승부수라는 것을 김치도가는 직접 보여주고 있다. 불경기가 지속될수록 김치도가와 같은 결연한 의지를 가진 식당들의 오픈은 가속화 될 것이다.

 

당(唐)나라의 문인이자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가 옛날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를 놓고 싸우면서 경계선으로 삼았던 홍구(鴻溝)를 지나다가 시를 하나 지은 적이 있다. “용도 지치고 범도 피곤하여 강과 들을 나누니, 억만창생의 목숨이 보전되었네. 누가 왕에게 권해 말머리 돌려, 실로 일척에 건곤을 걸게 했는가”라는 시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건곤일척(乾坤一擲)’ 이 유래했다. 주사위를 한 번 던져 승패를 건다는 뜻으로, 운명을 걸고 온 힘을 기울여 겨루는 마지막 한판 승부를 이르는 말이다. 불경기 속 음식점 창업을 결심했다면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겠다는 ‘건곤일척’급 승부수는 띄워야 하지 않겠는가. <글 : 창업디렉터 김동현 대표>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