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3일(현지시간)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버킹엄궁에서 비공개 회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테리사 메이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에 도착하자 41발의 예포가 울리며 국빈 대우 환영 행사가 열렸다. 다만 지난해 방영 당시처럼 런던 시내에서는 ‘반(反) 트럼프’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 직후 영국 국빈 방문이 예정됐지만 영국 내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 7월 방문은 국빈이 아닌 ‘실무방문’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엘리자베스 여왕과 메이 총리와의 만남도 런던 중심부가 아닌 곳에서 진행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방문 전에도 자신을 ‘독재자’라고 비판한 사디드 칸 런던 시장을 향해 “칸 시장은 영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어리석고 형편없게 굴었다”는 비난 트윗을 올리며 논란을 키웠다.

이어 “그는 멍청하고 무능력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와 매우 비슷하다. 더블라지오도 끔찍한 일을 해냈는데 (칸은) 그의 키 반밖에 안 된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방문 직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영국의 위대한 친구이기를 바라고 있다”며 영국과의 관계 강화에 의욕을 표명했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의 강건한 동맹을 내세우려 하지만 미국이 규제하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5G 장비와 대이란 문제에 대한 입장차가 커서 양국의 동맹 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동맹국에게 5G 분야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4G 분야에서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은 5G에서도 핵심이 아닌 분야의 네트워크에 화웨이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에서 기밀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해당 장비를 사용할 경우 안보 정보 등에 대한 공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이란 정책에서도 양국의 입장은 차이가 있다. 이란 핵합의 파기를 표명한 미국은 경제·군사적 압박을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은 핵합의를 유지하며 관계 악화를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메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정과 기후변화, 화웨이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지만 오는 7일 퇴임을 앞둔 메이 총리와 심도 깊은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대우에 반대한다는 영국 국민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반트럼프 집회를 열 예정이라며 4일에는 런던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고 전했다.

반발은 정계에도 퍼졌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 존 버커우 하원의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동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국빈만찬 불참을 선언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국빈 방문 시 이뤄진 영국 의회 연설도 이번에는 예정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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