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의 무역제재 압박이 중국에 이어 멕시코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도 관세 카드를 꺼내들며 글로벌 무역 정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표명한 것은 지난달 5일(현지시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조사 전문 QUICK을 인용해 이날부터 5월 말까지 전 세계 시가총액이 5조 달러(약 5900억원, 6%)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애플과 퀄컴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을 포함한 전자기술 분야에서 8000억 달러(약 946조원, 12%), 캐터필러와 SMC 등 제조업 분야에서 4200억 달러(약 496조원, 9%)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가 확대되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은 글로벌 금리 하락과 관련 “제조업 불황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목금리는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와 기대 인플레율로 나눌 수 있다. 미 연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10년물 국채의 명목금리는 2.22%, 실질은 0.48%, 기대 인플레율은 1.74%였다.

니혼게이자이는 기대 인플레율에 비래 실질금리 저하 속도가 빠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대 인플레율은 지난해 말부터 연초에 걸쳐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금리는 약 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문은 무역전쟁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되고 생산성이나 자본이 침식될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 관세폭탄 예고에 美산업계·재계 집단 반발

중국에 이어 멕시코로 관세 제재 범위를 넓힌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불법 이민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대응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의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오는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멕시코 정부의 대응에 따라 7월 1일부터 10%, 8월 1일 15%, 9월 1일 20% 등 매달 5%씩 관세를 추가해 10월 1일에는 최대 25%까지 관세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3465억 달러로 이 중 해외 부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50%(2015년 기준) 가까이를 차지한다. 결국 멕시코에 대한 규제는 부메랑이 돼 전 세계 제조업에게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미국 경제단체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 관세 부과 방침에 반기를 들고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NBC는 미국 최대 경제단체이자 로비단체인 상공회의소가 지난달 31일 멕시코 관세 발동 금지를 요구하며 백악관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친기업 성향인 공화당을 후원해 온 상공회의소가 백악관을 제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보호무역정책에 미 산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미 전역에서 300만개 이상이 가입한 미 상공회의소는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로비 자금을 투자하며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대중 관세폭탄 등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강력히 반발해 온 상공회의소가 백악관에 반기를 들었다며 미 산업계의 트럼프 행정부 이탈 움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공업협회와 전미소매업협회 등 경제단체는 물론 재계에서도 반대가 거세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멕시코 관세카드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발 무역전쟁 속에서 이날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출발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멕시코 관세 부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