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정 산업팀장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대한민국에서 담배 업계의 경쟁이 이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언론에서는 ‘제 2의 담배전쟁’이라며 수없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5월31일)’을 불과 일주일여 남긴 시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흡연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행위로 간주됐다. 사회적으로 ‘금연 캠페인’을 활성화했고, 흡연자들이 설 자리를 점차 줄여나갔다.

 

이 때문에 담배 업체들은 특별한 홍보‧마케팅 없이 흡연자에게 기호식품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신제품 출시에도 그다지 떠들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의 출시 이후 담배시장은 앞 다퉈 제품을 홍보하고 경쟁하는 분위기로 변화한 모습이다.

 

도리어 정부가 제기한 ‘유해성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서는가 하면, 경쟁사 제품 대비 ‘덜 유해한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마치 흡연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24일 미국 액상전자담배 시장 1위 브랜드 쥴 랩스가 국내 시장에 폐쇄형 시스템(CSV) 액상전자담배 ‘쥴(JUUL)’을 출시하고 나섬에 따라 이 기세는 더욱 가속화 됐다.

 

불과 사흘 뒤인 27일 KT&G가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인 ‘릴 베이퍼(lil vapor)’를 내놓으며 불을 지핀 경쟁구도는 이달 중으로 출시 예정인 일본 ‘죠즈(jouz)’까지 합세할 경우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반 연초형 담배 판매 때와 달리 업계가 이토록 시끌벅적하게 나서는 이유는 유해성을 대폭 낮췄다는 까닭에서다.

 

그러나 일반 담배 대비 유해성이 저감됐다는 것일 뿐 유해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마저도 업체의 자체 연구결과일 뿐 공식적으로 입증된 바가 아니다.

 

특히나 CSV 액상전자담배의 니코틴 카트리지(액상)는 현재 환경부의 유해성 심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입·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연간 100㎏ 미만의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신고만으로 수입·판매할 수 있다는 빈틈을 노리고 법안을 교묘하게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화학물질의 명칭, 유해성, 유독 물질 여부를 고시할 의무도 없다.

 

아울러 이들은 액상의 물질이 니코틴과 유기산을 결합한 합성니코틴임에도 불구하고 니코틴의 원료가 잎에서 나온 천연니코틴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유해성 심사와 위해성 평가를 피했다.

 

중독성 물질로 분류되는 니코틴과 식품첨가물인 글리세린, 프로필렌글리콜, 향료 등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말이다.

 

관련 업체들은 유해성 저감을 운운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행동이 비흡연자 및 청소년의 흡연을 충분히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흡연자에게 일반담배의 금연을 제안하는 척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담배를 권유하는 행태 역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이 난 바 없기에 ‘유해하다’, ‘덜 유해하다’의 판단을 놓고 논할 수는 없지만 덜 유해한 제품도 인체에 무해하지 않다는 점은 확실하다.

 

인류 건강을 생각하는 척 포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정적 이미지 쇄신을 통한 추가 수익 향상 및 세금을 낮추기 위한 속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할 따름이다.

 

한편 현재 쥴과 릴 베이퍼의 니코틴 카트리지 1개에 부과되는 세금은 약 1769원으로 일반담배 1갑에 부과되는 3323.4원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업계는 유해성이 낮다는 이유로 궐련대비 50% 이하의 세율을 적용하는 해외 사례 등을 제시하며 세금 절감을 요구했던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궐련형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담배의 50% 수준으로 매겼다가 문제가 되자 관련법을 개정해 90% 수준으로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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