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트럼프 대중 관세부과 발표 후 각국 중앙은행 통화완화 움직임
말레이시아·뉴질랜드·필리핀 이어 호주도 기준금리 인하
마이너스 금리 일본, ECB 6일 정책회의도 주목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완화 방향으로 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글로벌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확대를 지적하며 “무역 문제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향방과 리스크 장기화를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이 모든 문제가 미국의 경제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면서 미국 경제의 확대와 낮은 실업률, 목표치인 2% 안팎의 인플레이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해 연준이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에서도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호주 중앙은행이 3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데 이어 인도 중앙은행도 오는 6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년 동안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일본은행(BOJ)에도 금리 하방 압박이 가해지며 추가 완화에 나서는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2016년 8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호주의 기준금리는 1.25%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필립 로 호주은행 총재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금리를 더 낮추는 것도 비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표명한 후 말레이시아와 뉴질랜드, 필리핀 중앙은행 등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인도에서도 금리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은행도 추가 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은행은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뒤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0.1%(장기금리 0% 수준)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에 비해 추가 완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 연준이 실제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일본에서도 추가 완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에 따르면 5일 일본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한때 마이너스 0.130%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최저치다.

6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움직임도 주목 대상이다.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하고 있는 ECB는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연준의 비둘기파적 기조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날 독일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한때 –0.22%대 후반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영국에서도 장기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0.02% 하락한 0.88%대에서 거래되는 등 유럽 시장에서 국채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연내에 금리인하로 정책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 사이클이 ‘완화’로 완전히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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