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이게 무슨 해괴한 발상인가."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측정해 오는 8월 공개하기로 한 데 대한 금융소비자원의 말이다.

금융위는 지난 주말 은행권 전반의 총괄적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부문별 우수사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압박'은 아니라고 하는데, 은행들은 이미 긴장 상태다. 이미 잘 하고 있지만 말이다. '액션'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은행은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다. 가뜩이나 일자리 핵심계층인 30~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이 일자리를 늘려주면 정부는 어깨가 든든할 것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은행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금융혁신'을 꾀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예견된 상황에서 각 은행은 바삐 디지털 전환(DT)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도 정부도 수차례 '금융혁신'을 주문했다. 이런 시장 상황이나 기업의 전략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인 일자리 늘리기는 결국 앞서 나가려는 은행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필요 인력 감소는 혁신의 숙명과도 같다. 그런 상황에서 기존 행원들까지 최대한 안고 가려는 은행의 노력에는 눈을 감은 채, 신규 채용만을 요구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디지털 전문 인력을 충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 하지만, 이미 디지털 인력 모시기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은행보다 더 시름이 깊은 곳은 비(非)은행들이다. 올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만 측정 대상이지만 내년부터는 카드·보험사 등 타 업권까지 포함된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인듯 싶어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당국의 '호~' 입김 한 번에 피감기관의 집은 흔들린다. '압박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기에 앞서 '금융위원회' 이름 다섯자의 영향력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던 말이다. 당국은 당국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면 된다. 고용에 대한 결정은 현재의 상황이나 전략에 맞춰 회사 스스로가 결정해야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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