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애플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이 11일 투자자를 위한 사업 설명회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애플 제품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폭스콘이 투자자 설명회를 하는 것은 1991년 상장 이래 처음으로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의 반도체 부문 책임자 영 리우는 이날 “애플이 서플라이 체인을 이전할 필요가 있다면 폭스콘은 중국 밖에서 신속히 생산을 확장할 수 있다”며 생산기지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폭스콘은 중국에서 생산한 IT(정보기술) 기기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사업 모델로 성장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생산기지 전환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9월 말 다시 2000억 달러 규모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폭스콘이 중국의 애플 생산기지를 미국 위스콘신주로 옮기고 서버·액정패널·자동차용 전자 부품 등의 양산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투자 규모는 14억~15억 달러(약 1조6500억~1조77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무역전쟁 격화 우려로 최근 1년간 폭스콘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며 지난 4월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이 정계 진출 의사를 밝힌 것도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궈 회장은 오는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수장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궈 회장 후임으로는 류양웨이(劉揚偉) 폭스콘 반도체 부문 대표이사가 유력한 가운데 그는 “(미중 갈등 때문에) 하나의 세계에 두 개(미국과 중국)의 시스템이 생겨나고 있다”며 “대미 수출 제품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중국에서 제조하는 아이폰에 대해서도 “(애플로부터 구체적 요청은 없었지만) 만약 애플이 원한다면 미국용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생산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중국 외에서도 아이폰 생산이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폭스콘이 중국내 공장 이전 가능성을 강조하며 애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폭스콘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24시간 체제로 미중 무역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멕시코·태국·일본·대만 등 15개국에 위치한 생산 거점으로 애플 제품 생산체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폭스콘은 2017년 위스콘신주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건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에 열린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착공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궈 회장과 ‘첫삽’을 뜨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이번 계획과 위스콘신주 공장 건설의 관계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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