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홍콩 입법회(의회) 건물 주변에서 경찰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12일로 예정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 무산됐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홍콩 도심에서는 홍콩 정부의 법안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반대 시위대가 집결해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등 도심이 마비된 상태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일 100만명 시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와 헬멧, 고글 등을 쓰고 국회의원들이 입법회 청사로 들어가지 못하게 인근 도로를 점거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최루탄과 고무탄을 이용해 강제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2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법회는 이날 예정했던 개정안 심의 재개를 보류했지만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은 이번 시위가 79일간 홍콩 주요 도시의 도로를 점거한 2014년 ‘노란 우산’ 시위 때와 같은 곳에서 벌어졌다며 9일 시위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행정부에 분노한 시위대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홍콩 도심의 가게와 기업 100여 곳이 시위에 연대하면서 문을 닫았고 학생들도 시위에 참가한다며 수업을 보이콧한 상태다.

경제에 영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홍콩 주식시장은 대규모 시위 후 일제히 하락,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3%포인트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도 직원들이 중국 본토 인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경계심을 나타내며 ‘아시아 금융도시’라는 홍콩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는 등 미중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홍콩에서 (미국인) 직원이 구속돼 중국에 인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는 경제범죄는 인도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공산당 지배 하에 있는 중국 당국이 혐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