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현영 기자

[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지 두 달이 지났다.

조 회장 별세와 함께 3남매에 대한 경영 복귀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상속과 경영권 문제를 둘러싼 한진가(家) 삼남매에 대한 부정 여론이 식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경영 복귀는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여론은 강하게 반발한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갑질 사고를 치고도, 시간 지나니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 갑질' 사건 14개월 만에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뒤여서 이런 관측이 더 힘을 받는 모양새다.

 

여기에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명품 밀수 관련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구속을 면하면서 분위기는 더 가열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가시권에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구성원 모두가 '갑질'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한진그룹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일로 인해 국민적 공분은 물론 사내 노조까지도 가면을 써가며 퇴진운동을 벌여왔다.

 

이 와중에 경영 일선에 다시 선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받아들여지는 게 당연하다.

 

실제 조현민, 조현아 부사장의 경영권 복귀에 대한 회사 노조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퇴진 운동을 벌였던 이들이기에 조현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는 그간 가면 시위 등을 주도한 노조 입장에선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에어 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경영복귀에 2000여명 직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진에어 사태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총수 일가에 배신감을 넘어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며 경영 복귀 철회를 촉구했다.

 

일례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질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400일 넘게 휴직한 뒤 2016년 5월 복직했는데, 그 뒤 일반승무원으로 강등된 바 있다.

 

3남매에 대한 경영 복귀는 아직 시기상조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 회사 내가 들어가겠다는 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논리를 내세운다해도, 그간의 갑질 사건은 이 논리를 잠재울만큼 파장이 크다.

 

역으로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의무가 아니기에 동의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소리지르고 물컵던지고, 비행기를 돌려보내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 이들을 위하는 것에 대해서도 더더욱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시간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니 다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은 아닌지 한번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미안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너 가족 구성원 모두 갑질로 도마에 오른 건 전세계에서 한진그룹이 유일하다.  

갑질로 인해 대한항공은 세계 72개 항공사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한 69위를 기록했으며 세계에서 최악의 항공사 4위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대한항공은 국민들에게 큰 빚을 지면서 성장한 회사다. 국적기라는 이름으로 누린 혜택이 많은 회사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1년 전까지만해도 공무원들의 공무해외출장 시 대한항공을 의무적으로 타야하는 의무탑승제가 시행되기도 했었다. 

 

대한항공을 연매출 12조원의 대형 항공사로 성장시켜온 원동력을 오너일가가 경영을 잘 해서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갑질' 삼남매의 경영복귀를 국민들이 납득하기엔 아직 이르다. 삼남매가 기업인의 책임 경영 가치를 외면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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