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중동 내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13일(현지시간) 또다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피격을 받은 유조선은 노르웨이 선사 소유 ‘프론트 알타이르 호’와 일본 선사가 임대해 운영하던 ‘코쿠카 코레이져스 호’로 피격 후 화재가 발생했지만 두 배에 타고 있던 선원은 전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피격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자처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1년 만에 이란을 방문한 가운데 벌어져 일본 언론들도 상황을 긴급 보도하고 있다.

NHK는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아베 총리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난 타이밍에 사건이 발생했다며 “누군가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보도했다.

야심 차게 추진한 이란 방문이 ‘빈손 외교’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은 아베 총리는 정보 수집과 선원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공격 배후가 누군지 특정할 수 없으며 일본을 표적으로 삼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밝혔지만 AP는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시점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은 ‘의도적인 공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자신들은 공격의 주체나 배후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주요 외신은 이란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날 피격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는 지난달 12일에도 아랍에미레이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유조선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배후에 이란이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란의 공격이) 거의 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를 강화한 데 맞서고 있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재개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밝힌 후 이같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사건 관여를 부정하고 있지만 지난달 12일에 이어 15일 발생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펌프장 두 곳에 대한 드론 공격 때도 가장 먼저 해당 사실을 속보로 보도하며 “사건 발생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12일 호르무즈 해협 공격 사건 당시에도 “이란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가장 먼저 사건을 보도했고 사흘 뒤인 15일에는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가 “이번 공격은 사우디의 군사작전에 대한 후티 반군의 보복”이라며 사우디 정부보다 먼저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이 심각하다며 최근 핵 항공모함과 폭격기를 중동에 파견해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를 전 세계로 출하하는 해상 수송의 대동맥”이라며 “피격 보도 후 국제유가가 4% 이상 상승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세계 경제의 앞날이 불안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원유를 수출하는 ‘원유 공급의 대동맥’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요충지이지만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80~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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