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리뉴얼 오픈한 이마트 창동점에서 고객들이 무인셀프계산대를 이용하고있다. 노년층 고객의 경우 사용이 어려워 결국 직원이 모든 계산작업을 대신 행해주고 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처음 써보는데 솔직히 좀 헷갈려요. 그냥 예전처럼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게 편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해놓은 건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직원분이 다 도와줬는데 나중에 혼자 하려고 하면 못 할 것 같아 걱정이네요.”

 

국내 최초 할인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마트 창동점이 26년만의 리뉴얼 작업 이후 재 오픈한 지난 13일, 무인셀프계산대를 이용한 강금자씨(가명·68·여)는 “계산대를 왜 다 없앴는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날 오전 매장을 찾은 5~60대 주부들은 하나같이 “헷갈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품의 바코드를 찍는 것까지는 할 수 있지만 향후 혼자서 제품 할인 쿠폰을 등록하고 계산을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차후 방문했을 때 직원 없이 혼자서 계산해야 할 경우 포인트 적립을 잊어버리거나, 카드 할부 등을 제대로 입력하지 못할 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는 창동점이 리뉴얼 오픈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총 18개의 전체 계산대 중 16개를 무인셀프계산대로 설치‧운영함에 따름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무려 90% 수준에 달한다.

 

2개의 일반계산대는 상품권이나 기타결제(복합결제, 포인트결제, 기프트콘, 주류 대량 구매 등)를 희망하는 고객을 위해 열어뒀다. 결론적으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 고객은 모두 무인셀프계산대를 이용해야 하는 꼴이다.

 

기존 창동점에서는 12개 정도의 일반 계산대만 운영됐던 바 있다.

 

오픈 첫날의 경우 직원들이 무인셀프계산대에 다수 배치돼 고객들의 계산을 도왔지만, 향후에는 타 매장과 비슷하게 배치 인력을 줄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계산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의 경우 결국 고작 두 곳밖에 운영되지 않는 일반계산대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긴 줄을 기다려야하는 불편함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노년층과 아이를 동반해 셀프 계산이 번거로운 고객들의 경우 일반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 창동점의 경우 일반계산대가 2곳밖에 운영되고 있지 않아 대기시간이 길다. 사진=유수정 기자

특히나 창동점의 경우 고객 비중에 있어 노년층이 많은 지점 중 하나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해당 매장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도봉구 창제1동~5동 주민 중 50세 이상의 인구는 40.22%(5월 기준)에 달한다. “노인 분들이 많이 찾는다”는 창동점 매장 직원들의 설명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쉽고 간편하다’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1~2인 가구의 증가 등 변화한 유통 트렌드에 발맞춰 매장을 재편했다는 이마트의 입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매장을 찾은 노년층들은 “뒷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매장을 찾은 오선미씨(가명·62·여)는 “최근에 햄버거가게에서 기계(키오스크) 계산대만 운영한다고 해서 이용했던 적이 있다”며 “주문을 해야 하는데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시간이 오래 걸렸더니 뒤에서 젊은 친구들이 욕을 하더라. 여기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 계산대 축소 운영은 직원들에게도 업무 가중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 점포에서 계산대 노동자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이와 관련해 “무인셀프계산대 운영으로 일반계산대의 운영이 줄어들어 노동 강도는 명절 수준으로 변했다”며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고객 불편사항에 대한 불만은 고스란히 직원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수찬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무인셀프계산대는 소량의 상품을 빨리 계산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충분히 운영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하면서도 “그러나 18개의 계산대 중 16개를 셀프로 운영한다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yu_crystal7@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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