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공개사과에도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 사진=AFP통신 캡처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를 반대하는 홍콩 시민 200만명이 16일 법안 완전 철회와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전날 캐리 람 장관이 법안 추진 연기를 발표했지만 철회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민 반발이 거세져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캐리 람 장관의 발표 직후 고공 농성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추락해 사망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밤 성명에서 “정부의 대응에 부족함이 있어 홍콩 사회에 큰 모순과 분쟁을 야기해 많은 시민을 실망시켰다”며 “행정장관으로서 시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4번째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진 후에야 시민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시위대가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캐리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개정안 심의 시한을 정하지 않고 연기하겠다” “연내에 심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만 강조했다.

주요 외신은 캐리 람 장관은 현재의 입법회 의원 임기 중에 심의를 재개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언하지 않았다며 친(親)중국파가 다수인 입법회가 머지 않아 개정을 단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법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홍콩에서 체포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정부는 경제범죄는 인도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공산당 지배 하에 있는 중국 당국이 혐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결국 ‘중국에 비판적인 인물’이 인도 대상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도 직원들이 중국 본토 인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경계심을 나타내며 ‘아시아 금융도시’라는 홍콩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는 등 미중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홍콩에서 (미국인) 직원이 구속돼 중국에 인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이날 밤 법안 철회와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17일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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