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환경 변화 따른 ‘극심한 성장통’…여론몰이 희생양 될까 우려

유수정 산업팀장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이 있다. 결과가 있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불과 두 달 새 무려 3차례나 같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접수 된 쿠팡을 보며 불연 듯 떠오른 말이었다.

 

최근 쿠팡은 경쟁사인 위메프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협력사인 LG생활건강으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 및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 등으로 공정위에 제소된 바 있다.

 

비슷한 생각에서였을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불공정행위 혐의로 제소된 쿠팡의 조사를 서울지방사무소에서 본부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또 일반적으로 1년 내외로 소요되는 사건 처리 기간을 6개월 내외로 서두를 전망이다.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업체에 불거진 문제인 만큼 전방위적인 조사를 통해 조속한 결과를 내리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쿠팡은 “납품업체에 할인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말을 아끼는 일반적인 타사의 대응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쯤 되면 원인과 결과가 꼭 같은 맥락에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발생한 결과를 두고 유추 가능한 원인을 딱 한 가지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사실 여부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맞다고 몰아갈 수도,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론몰이는 시작된 모양새다. 과거 대규모 유통업체들의 ‘갑질’ 사례와 연관 지으며 이미 쿠팡을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악덕 기업’인 마냥 몰아가고 마치 또 다른 폭로가 예고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이 같은 여론몰이는 분명 공정위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속한 결론을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조사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유죄라는 프레임을 씌운 채 색안경을 끼고 조사에 돌입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도 높은 집중 조사가 이어질 경우 이커머스 업계가 전반적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물론 하루 빨리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쳐 더 이상의 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이 비단 쿠팡에 국한된 사례만은 아니었던 만큼 이제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되짚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까 싶다.

 

특히나 조사 기간을 단축해 사건을 급급하게 종결할 경우 공정위의 결과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실제 공정위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공정거래 행정소송 사건 분석을 통한 업무역량 제고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744건의 행정소송에 휘말렸다.

 

일부 승소를 포함한 평균 승소율이 88.71%에 달한다고 하지만 패소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나 애당초 충분한 조사를 진행했다면 처분에 반발하는 사태조차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소송에 낭비될 시간과 비용을 차라리 조사 과정에서 사용했더라면 보다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공정한 거래 확립을 위해 누구보다 공정한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할 공정위가 성과 올리기에 급급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발전 및 변화하는 유통환경 정립에 있어 공정위의 보다 올바른 판단이 절실한 때다.

 

yu_crystal7@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