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애플이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 등 주요 거래처에 중국 생산분을 해외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은 물론 아이폰 제조사 페가트론과 맥북 제조업체 콴타, 아이패드 제조업체 콤팔 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공급업체에 중국 외 생산 가능성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애플의 중국 이탈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 전문지 포춘과 CNBC 등 외신은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15~30% 물량을 해외로 분산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정상이 다음 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하기로 하면서 양국의 무역협상도 재개로 방향을 잡았지만 사전에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해외 부품 조달에 약 920억 달러를 소요하고 그 중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약 30개국 800개 기업(2018년 기준)과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기업에서 조달한 부품을 중국으로 모아 완성품으로 조립해 출하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애플이 중국 생산 체제를 재검토할 경우 중국 시장은 고용 문제 등에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문은 애플이 지난해 말부터 30~40명 규모의 특별팀을 편성해 중국 이외 국가로 생산 체제를 이관하는 것에 대한 실현성을 논의하고 있다며 중국에 집중된 생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중국 이탈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4탄 폭탄관세’ 발동 우려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를 위협 카드로 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11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종료 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게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최근 USTR이 공개한 3000억 달러 규모 관세부과 목록은 약 3805개 제품군으로 이 중 중국에서 수입되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리튬이온 배터리 등은 물론 의류, 신발 등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안에 미중 정상회담이 실현되지 않으면 ‘제4탄 폭탄관세’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G20 회의와 미중 정상회담 관련 입장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에 경고했다.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격 통화하며 미중 갈등 해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주요 외신은 “불편한 양국의 관계가 반전되는 실마리를 찾았지만 G20 회의 전 방북 결정을 한 시 주석이 필요에 의해 연락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유와 결과는 차치하고 미중 정상의 분위기 전환을 가장 반기는 것은 애플일 가능성이 높다. 추가관세 4탄이 발동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아이폰과 맥북 등 핵심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이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간 대화로 일단 관세 발동에 대한 리스크는 줄어들었지만 애플은 중국의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생산 분산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국을 대체할 생산 후보지로는 멕시코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 공장 입지로는 인도와 베트남이 최우선 후보로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대량 생산 노하우와 공급·물류망을 구축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기술력은 ‘추격자’를 넘어 ‘추월자’로 부상한 데다 애플 완제품을 만드는 폭스콘 공장 주변에 부품 업체들이 밀집해 당장 공장을 이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애플이 중국 외 국가에서 생산 체제를 갖추고 생산을 개시할 때까지 최소한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폭스콘이 지난주 “애플이 원하면 미국용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생산 체제를 (중국 밖에서) 구축할 것”이라고 생산기지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애플의 중국 이탈이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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