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한국은행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좀 커졌다고 보는 게 시장의 예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17명의 FOMC 위원 중 8명이 연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라 시장에선 거기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현 2.25~2.50% 수준에서 유지했다.

이 총재와 국내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점도표'다. 점도표는 FOMC 17명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다.

8명 위원이 동결, 1명이 인상을 전망한 가운데 7명은 2차례 인하, 1명은 1차례 인하를 각각 내다봤다. 절반 가량이 인하 전망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지난 3월에만 해도 11명이 동결, 6명은 인상을 주장했고 인하는 전무했다. 

이 총재는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금리를 50bp 내린다는 의견 등 점도표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면서도 "다만 불확실성이 최근 갑작스레 높아진 만큼 조금 더 확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질의응답에서 현재로선 기다리며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 했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상황을 많이 지켜보고 확인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론 곧 있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미중 회담을 보고 미중 무역협상 향방을 가늠하고 지표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FOMC 결과가 국내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준의 변화가 국제금융시장이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연준의 방향을 늘 고려해 결정한다"며 "그러나 연준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서울와이어 DB

 

국내 증권가는 미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KB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두언·김상훈 연구원은 "첫 인하 시기는 7월 FOMC 회의가 될 것"이라며 "향후 전개되는 미중 무역분쟁 경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총 75bp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준이 7월에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8월로 당겨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올해 하반기 1회 인하가 예상되며 연준의 내년 상반기 인하가 가시화할수록 시장 금리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낮출 것이라고 봤다.

안재균·정희성 연구원은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분쟁 결과와 향후 경제지표에 통화정책 방향성이 달려있다고 밝혔으므로 당장 다음 주 예정된 G20 회의와 7월 초 경제지표 결과의 중요성이 높아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미중 협상이 결렬되고 부진한 경제지표가 나타나 연준이 7월 FOMC에서 50bp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이 부분 타결 내지 연장되더라도 경제지표 부진으로 인해 25bp를 인하한 이후 추가 인하를 시사할 가능성이 그다음으로 높다"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미 연준이 6월 회의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나중혁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비교적 강한 톤의 경기부양 의지가 엿보인다"며 "연준이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를 의식하고 있으며 완화적인 통화정책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밝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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