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문한 중곡제일골목시장 앞, 주말임에도 비교적 조용하다. 사진=천선우

 

[서울와이어 천선우 기자] 23일 오후 5시 30분에 방문한 중곡제일골목시장(이하 중곡시장)에는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어서 빈 공간을 비집고 상인들의 외마디 호객소리로 시장을 가득 메웠다. 주말을 맞아 북적일거라 예상했던 시장한복판에 일부 업종이 문을 닫은 모습이 눈에 띄였다. 중곡시장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7000명이 방문 하는 등 주변에 위치한 중 ·대형 마트 6개에 비해서도 확고한 생존력을 보여온 나름 굵직한 시장이다. 그러나 2019년 들어 상황은 급반전 됐다. 올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평가에 따르면 중곡시장은 작년 대비 전체 매출이 25%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

 

시장 중심가 안쪽 알록달록 계절과일들이 진열된 청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례합니다." "네, 뭘 드릴까요?"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주인 A씨는 반사적으로 밝은 미소를 띄며 응대했다. 경기가 어떻냐는 물음에 연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요즘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체되서 사람도 예전처럼 많이 안와", "행사같은거 하면 그날만 모이지. 다음날 되면 평소랑 똑같아"며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중곡시장은 시장활성화를 위해 2016년도 중소기업청에서 공모한 특성화시장에 응모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됐다. 시장 특성화 사업은 연령층 다양화, 상권활성화 등을 목표로 나아가 시장을 문화, 테마의 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사업이였다. 

자금부족을 이유로 '도깨비 야시장' 먹거리 사업은 지속적인 유치가 불가능해졌다. 사진=천선우 기자

시장 곳곳에 관련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인적이 드문 길가 사이로 진입하자 눈앞에 놓여진 카트들이 눈에 보였다. 작년 열기와 대조적으로 외진 길목에 방치된 카트를 보고 있자니 현장에선 씁쓸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더 자세한 설명이 듣고싶어 류정재 중곡제일골목시장 조합장(이하 조합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류 조합장이 운영하는 유통가게에 찾아갔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 명함있으니까 거기다가 전화해봐" 쪼그려서 채소를 다듬고 있는 점원의 지긋한 목소리에 지체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류 조합장은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축하공연,맥주데이,청년 점포,경품 추첨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했고, 고객들 반응 역시 좋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시적인 효과만 거두었다는 점을 단점으로 꼬집었다. 그는 "기자님, 먹거리 문화는 훌륭한 트렌드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노력 많이 해봤죠. 결국은 돈이 문젭니다.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서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장을 거닐면서 위쪽으로 올라가보니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왼편에는 기업형 대형마트(SSM)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오른편에는 보란듯이 야채가게가 장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최근 대형마트가 자본과 마케팅의 힘을 빌어 전국에 문어발식 운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통시장의 입지는 가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신문을 읽고 있는 희끗한 금은방 사장님이 눈에 들어왔다. 중곡시장에서 장사한지 30년차에 접어선 주인D씨에게 고견이 듣고 싶어졌다. 그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시장 분석과 지역적 특성을 연계할 수 있는 타운 매니저(시장 전문가)도입과 양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성화 시장'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행을 그대로 담습하는 용단은 자칫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 반대로 변화에 대응하되, 전통시장만의 고유한'멋을'살린다면 새로운 문화를 선도 할 수 있다. 중곡시장은 특성화 사업 등 변화를 꾀했지만, 행정적인 비용처리, 인력 관리등 현실적 제약에 봉착했다. 이에 임대료,최저임금 등 외부요인으로 고통받고 있는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제도적인 지원도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전통시장에 대한 사회적인식이 나아지길 바라며 점주들의  삶 또한 윤택해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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