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특별취재팀 염보라 기자] 6.12 북미정상회담 진행 내내 자취를 감췄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쇼맨쉽'이 회담의 마지막 과정이었던 기자간담회에서 폭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혼자 1시간5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동 성명문에 사인한 후 숙소로 떠난 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0분간 모두발언을 한 뒤 김정은 위원장과의 단독회담(38분)을 훌쩍 넘는 시간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날카로운 질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중요한 날이니 늦게 출국해도 좋다"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한 특유의 쇼맨쉽을 드러냈다.

◇ 6.12 북미 공동합의문 'CVID' 명시됐나 = 미국 측 가장 큰 미션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였던 만큼 기자간담회에는 '공동합의문에 왜 CVID 문구가 없는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이보다 더 CVID를 명확하게 할 수 없다"며 일각의 우려를 '비난을 위한 우려'라고 치부했다. 여기에는 합의문에 명시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자신감이 기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개월 전만해도 핵실험, 미사일 전쟁이 있었고 이로인해 진도 8.8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유일한 핵시험장을 폐쇄해고, 한발 더 나아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도 약속했다. 합의문에는 담지 못했으나, 이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이어 "이미 북한과는 실무 협상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CVID에 대한)합의가 없었다면 (성명문에) 서명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동 성명문은 북미 모두에게 좋은 내용이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미국 대통령들을 돌려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VID는) 이미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할 문제다. 10년 전이었으면 더 쉬웠을 것"이라며 "전임 정부는 핵무기가 우선순위였어도 못했을 것" "막대한 돈만 투입하고 성과는 얻지 못했다" 등 다소 수위가 높은 발언도 이어나갔다.

이어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해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핵을 바로 없애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우리는) 포괄적인 성명에 서명했고, 그가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언급했다. 

 

 

◇ 실리 챙긴 트럼프, 외교에서도 '협상의 귀재' =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간 새로운 관계를 선언하면서도 협상가 답게 실리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선 북한이 요구한 경제 제재 해소에 대해 "북핵이 위협요소가 아닐 때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반도 완벽한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한국과 일본이 지원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많은 댓가를 치뤘고, 더이상 돕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 비용 지원은) 그들도 아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군사훈련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의 비용 부담이 크다. 한국도 부담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이라며 "예를 들어 훈련 시 폭격기가 괌에서 6시간 넘게 이동을 해 한반도 주변으로 배치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이에 대해 한국 정부과 계속 얘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후 6시 40분(싱가포르 현지시간)께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오전 9시부터 5시간여 회담을 진행한 끝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전쟁 포로 유골의 즉각적 송환 등 4가지 합의를 도출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그에 상응하는 북한 당국자가 이끄는 후속협상을 통해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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