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왼쪽)와 김준형 한동대학교 정치학박사가 13일 싱가포르 현지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 KPF 언론포럼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특별취재팀 = 서울와이어 염보라·김빛나 기자]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진행된 6.12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현재는 평화 프로세스의 포문을 연 것으로, 이후 진행되는 실무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순서라는 설명이다. 센토사섬 성명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공개하지 않은 숨은 협약사항들이 더 있을 것이란 추측도 쏟아졌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한 한국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13일 싱가포르 현지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PF 언론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이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한 (평화 프로세스)과정의 첫 시작이었다"며 "가장 큰 의미는 70년간 유지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처음부터 좋은 그림을 만들어놓고 이행하지 않는 것보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질 때마다 이행하는 수순을 밟는 과정이 맞을 수도 있다"며 "센토사 성명은 패러다임 전환의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 성명문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명문화되지 않은 데 대한 다수의 실망감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체제안전보장 관련 만족할 만한 합의만 이루진다면 (비핵화 작업에)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이후 있을 실무 대화나 협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정치학박사 역시 "6.12 북미정상회담을 보면서 속도가 늘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그렇지만 패러다임 체인지 아닌가. 이런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불과 반나절만에 사람들의 실망으로 바뀌는 게 굉장히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제 구체적으로 CVID가 나왔다고 해도 로드맵이 없다고 비판했을 것"이라며 "사실 CVID를 실현하는 것 자체가 지상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용납하고 나면 진짜 중요한 건 신뢰다. 두 정상은 자신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한 배를 탔다. 두 정상이 신뢰를 쌓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성명문에 담진 않았지만 CVID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들이 양국간 오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교수는 "회담 전날 'CVID가 아니면 성공이 아니다'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이미 북한으로부터 어떤 언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관련 내용을 성명문에 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시간이 짧기도 했고, 또 전술적으로 하나씩 상황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한북미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 내부에서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가 관전포인트"라며 "트럼프 성향상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이 부분(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을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과 북한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 배를 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 역시 "문김트(문재인·김정은·트럼프) 운명공동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이 프로세스는 3국의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톤다운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실패하면 모두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장애물을 낮췄으니, 이젠 한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일본과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한국의 주도로 다자 체제에 의한 국면으로 속도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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