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왼쪽),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지난 1년간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대기업·중견기업 투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초대형IB라는 지위를 주고 발행어음 사업을 허용한 것은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장려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초대형IB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 해야 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발행어음 1·2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총 8조6140억원에 달했다.

한투는 조달자금 5조2641억원 가운데 3조6569억원에 대해 투자를 집행했다. 중견기업에 2조8432억원,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에 7319억원, 중소기업에 817억원을 각각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NH투자는 조달자금 3조3499억원 중 2조317억원을 투자했다. 역시 상호출자제한기업(8172억원)과 중견기업(4689억원), 중소기업(7456억원)에만 투자를 집중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김종석 의원실에 별도로 제출한 자료에서 "벤처 등 혁신형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자금이 성장 잠재력이 있는 혁신형 기업으로 투입되는지 지속해서 점검하고 필요하면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건전성 규제 등 관련 규제를 합리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는 만기 1년 이내의 발행어음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이 충족되고 금융위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취급할 수 있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의미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 기업은 한투와 NH투자를 비롯해 KB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까지 총 5곳이다. 한투·NH투자는 일찍이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고, KB증권은 지난달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며 3호 사업자로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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