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하락 속 금리인상 시기에 관심 집중
비둘기파 드라기 총재 ‘결단’ 고평가
일본은행, 또 다시 마이너스 금리 동결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 반대 행보 지적 이어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연내에 테이퍼링을 종료하는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밝혔지만 내년 여름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예고해 유로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이탈리아 정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를 중단한다고 밝히자 독일 등 ‘매파’가 양적완화 중단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현재 300억 유로인 자산매입 규모를 10~12월까지 150억 유로로 줄이고 연말까지 완전히 종료하는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CB가 긴축으로 돌아선 것이 매파 때문이 아니라 그간 금융완화 노선을 이끌어 온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등 ‘비둘기파’가 움직인 결과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올 3월 초 이탈리아 의회 선거에서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양적완화로 매입한 이탈리아 국채를 면제하는 ‘빚 탕감’ 요구를 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결국 “양적완화는 순수한 금융정책이며 재정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해 온 드라기 총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완강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완화를 중단하고 긴축에 나섰다는 의미다.

 

ECB 내 비둘기파들 사이에서도 포퓰리즘 색을 띄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가 중앙은행 독립성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독일의 국채 부족도 양적완화 중단 이유로 작용했다.

 

ECB가 유로 회원국 중 가장 많이 매입하고 있는 독일 국채 물량이 줄어들면서 이미 중앙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ECB가 양적완화를 연장해도 3개월”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양적완화 유지를 위해서는 유통량이 많은 이탈리아 국채 등을 매입할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 독일은 물론 중도파인 프랑스의 반대에 부딪혀 이사회 통과가 어렵다.

 

결국 선택 여지가 없어진 드라기 총재는 이달 초 양적완화 축소, 즉 테이퍼링을 시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11년 11월 ECB 총재 취임 후 유로존을 채무 위기에서 구해낸 드라기 총재와 비둘기파 의원들이 독일·네덜란드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 온 금융완화 정책에 이별을 고했다”며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구분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ECB의 금리인상 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ECB가 연말까지 자산매입 프로그램 완전 종료를 결정했지만 적어도 내년 여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ECB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15일 장을 시작한 런던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미 CNBC는 “ECB가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결정했지만 내년 여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며 “예상했던 결과에 투자자들이 유로화 매입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양호한 경제지표를 토대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난 것도 유로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미 연준과 ECB의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15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 유지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장기금리) 역시 ‘0% 정도’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간 국채매입 규모를 약 80조 엔으로 유지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액도 각각 약 6조 엔, 900억 엔으로 유지한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시작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 경제가 2% 물가상승 목표를 향해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 물가지수가 2%를 넘을 때까지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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