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美·中 불쾌할 수도”
미국 뉴욕, “유력하지만 北수장 방미 전례 없어”
평양, “회담 성과 못 내면 정치 생명 끝날 수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일 일본 정부가 개최국 선정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일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두 정상이 만날 유력한 장소로 미국 뉴욕이 지목됐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북한이 올 가을 제3국 개최를 목표로 조정 중인 북일 정상회담 장소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뉴욕이 거론되고 있지만 뉴욕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당초 9월 중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한의 보호막 역할을 해온 중국이 불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을 아베 총리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김 위원장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러시아 개최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왔다.

 

북일 정상의 러시아 회담은 거리가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김 위원장의 정신적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북한 정세에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일러 관계 구축에 좋은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과 미국이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북한 정세 변화를 주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에서 북일회담이 이뤄지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가 일본의 동맹국이 아니기 때문에 회담 내용의 비밀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북일 정상 만남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할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뉴욕 개최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그 직후 북일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유엔이 대북 경제제재를 주장하고 있는 데다 북한 수장이 방미한 전례가 없다는 점, 북한과 뉴욕의 거리가 멀다는 점은 김 위원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국제회의에서 접촉하는 게 자연스럽고, 만약 회담 성과가 없더라도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쉽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마지막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평양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 내 여론 악화로 정치 구심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야케 구니히코(宮家邦彦) 캐논 글로벌 전략 연구소 연구주간은 “두 정상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짧은 만남을 갖고 ‘다음은 유엔총회에서 차분히 이야기 합시다’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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