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빈집의 문패-서울형 유급병가 - 서울와이어
아직은 빈집의 문패-서울형 유급병가
아직은 빈집의 문패-서울형 유급병가
  • 소인정 기자
  • 승인 2019.06.3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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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유급휴가가 없어 아파도 치료받지 못했던 일용근로자, 특수고용직종사자, 영세자영업자에게 연간 최대 11일 동안 서울시 생활임금(하루 8만1180원)을 지급하는 '서울형 유급병가지원' 사업이 6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근로취약계층에게 유급병가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유급병가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연간 최대 11일(입원10일, 공단 일반건강검진1일)에 해당하는 생계비를 일부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신청대상은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이면서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인 서울시민으로 건설노동자, 봉제업 종사자처럼 고용주를 특정할 수 없는 노동자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는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판정된다. 소득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도 가구규모당 소득기준 일람표에 따르며 재산은 2억5000만원 이하면 일단 신청 대상에 속하게된다. 단 국민기초생활보장, 서울형 기초보장, 긴급복지(국가형, 서울형), 산재보험, 실업급여, 자동차 보험 수혜자는 지원받지 못한다. 미용, 성형, 출산, 요양 등 질병치료 목적이 아닌 입원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하루 8만 천 180원인 유급병가 지원금은 올해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서울시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졌으며, 이 지원사업을 위해 서울시는 60억 원의 예산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급제 노동자나 대리운전 기사처럼 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직종의 경우 병가 신청 절차가 까다로울 것이란 우려도 있고 고용주가 아닌 자치단체가 세금으로 병가비를 주는 게 맞느냐는 논란도 있었다. 또, “서울특별시”에 한해 시행되는 정책이라 “특별시민”만 이런 대우를 해주는 것 아니냐는 타 지역의 비난 속에 시행된 이 정책이 최근 ‘졸속정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그 이유는 서울시가 이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유급병가’의 신청자가 고작 3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이다. ‘몇 만대 1’의 경쟁을 뚫은 3명에게만 혜택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신청가가 3명이라니…. 믿기도 어렵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가 부족해서 ‘유급병가’를 모르는 직원이 대부분이고 또, 실제로 보건소에 문의해 보았더니 “그게 뭐냐” 식의 반응을 보였고 전화를 몇 통 돌려 담당자를 확인한 다음 기껏 확인해서 읽어주는 첨부 서류들은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신청자가 거의 10종 이나 되는 서류를 다 떼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많아 일단 너무 번거롭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아는 사람만 맡겨 놓은 적금처럼 타 먹는 눈 먼 나랏돈도 많다는데 아파도 쉴 수 없었던 정직한 국민이 나랏돈을 타려면 이처럼 높은 문턱을 넘어야 가능하다는 현실에 맥이 빠진다.


아직 정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입원 1일 당 8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하는데 실적이 너무 적어 결국 지난해 정책 추진단계에서부터 지적 받아 온 ‘정책 조급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얼마 전 방송에서 보고 혼자 웃었던 광고가 생각난다. “ 그 동안 쓸데없는 제로페이로 죄송했습니다. 시장님께서는 서두르시지, 준비가 부족해서 되는 데는 없지….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 라고 했던 자아비판적인 광고.에 실명까지 공개하고 국민 앞에 고개 숙인 공무원.. 그 모습에 그들의 애로점이 느껴져 딱하기도 했다.


광고에서의 고백처럼 성급했던 제로페이. 어떻게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박원순 시장의 조급증이 이번 “서울형 유급병가”에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한 반년쯤 또 지나 다른 공무원을 내세워 손수건으로 진땀을 닦아내며 “시장님께서는 또 서두르시지…” 하는 자아비판 2탄 광고가 방송을 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바라건대 아직 자리도 잡히지 않은 정책이지만 아픈 노동자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사의 태도가 개선되어 비정규직이어도 “정년을 다 채우리라” 생각하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도 군소리 없이 일하지만 병가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비정규직 등 저소득 직장인 노동자도 점차 지원 대상에 포함해주었으면 한다.


처음 한 번은 봐 줄 수 있지만 요즘처럼 서민들 조차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20억5,400만원을 추가 편성한 서울시 추경예산. 이 엄청난 혈세를 이용해 조급함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정말 두 번 용서는 어려울 것 같다.


제발 국민세금의 무서움을 인지하고, 정책은 내실을 다져 시행에 옮기며 ,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의 간소화도 생각해 주었으면….. 산재 처리를 할 수 없는 저소득 자영업자·근로자가 생계 걱정 없이 안심하고 병원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와 맞는 정책으로 성과 발표를 하는 날이 꼭 오길 바래본다.


성급한 시장님께서 문패(門牌)부터 걸어두셨으니 이제 살림살이를 채울 때다.

 

home@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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