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이달 1일부터 금융권(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전격 시행됐다.

특례업종으로 인정돼 1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업계는 혼란 없이 고요하다. 

PC오프제,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를 일찍이 도입하고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로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한 덕이 크다. 금융권의 발빠른 대응에 박수를 보낸다.

금융맨들도 화색이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금세 적응됐다고 입을 모은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칼퇴(정시 퇴근)'가 가능하다. 근무 시간이 곧 능력인 시대는 끝났다. 부하직원을 오래오래 붙잡는 상사에게는 바로 '경고'가 날라든다. 근로 풍속도가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가능할까 싶었던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실제 눈 앞에 구현됐다. 불과 1년만의 변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워라밸'의 사각지대에 놓은 사람들이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업무가 많고, 성과에 따라 보수가 좌우되는 직종이다.  

고용부가 이들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재량근로제'다. 조만간 이들을 재량근로 대상 업무에 포함시키는 근로기준법 고시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재량근로제가 시행되면 이들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이 아닌 노사 합의로 결정된다. 노사가 합의하면 주 70시간, 80시간 근무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워라밸 세상 속 철저한 소외다. 가뜩이나 양분화된 세상 속, 워라밸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지금 당장 혼란이 있을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아무리 업무가 많다고 해도, 성과가 곧 보수로 직결된다고 해도, 이들만 워라밸 트렌드에서 소외시켜선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이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직원을 늘리거나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릴 수도 있겠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자는 시간 빼놓고는 계속 일만한다'는 슬픈 농(弄)은 이제 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제도의 연착륙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관심이 수반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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