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금융시장, 미일 금리차보다 美통상문제 위험성 의식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트럼프발 무역전쟁 금융시장 영향 우려
미즈호증권, 미중 무역전쟁 우려 불식 시 엔화환율 달러당 113엔 기대

올 들어 2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 연준이 연내 2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며 미국의 물가와 경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화되면서 엔화 약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와 경기에 자신감을 나타내며 기준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매파’ 발언을 했지만 엔화 시세는 소폭 하락에 그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고무적이며 성장 전망도 긍정적”이라며 “미국 경제가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미일 간 금리차 확대에 큰 기대감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완만한 금리인상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현재 3.8%인 실업률이 3%대 중반까지 떨어지고 당분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 과열이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에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 일며 한때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10.36엔에 거래를 시작한 엔화환율이 장 시작과 동시에 상승, 오후 2시께 110.74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8시 현재 엔화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14엔(0.13%) 상승한 110.50엔 선을 보이고 있다.

 

미 연준에 이어 ECB까지 양적완화 중단을 선언하면서 지난 15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또다시 마이너스 금리 유지를 결정한 일본은행(BOJ)만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과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일 금융정책 차이를 의식한 엔화 매도·달러 매수는 한정적인 움직임에 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오조라은행을 인용해 “시장이 미국의 통상 문제 위험성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와 강달러가 진전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약 221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추가 제재 검토를 지시하자 반나절 만에 엔화환율이 달러당 110엔대 중반에서 109엔대로 떨어지는 엔고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후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에 달러당 110엔대 중반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혼조세다.

 

◇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트럼프발 무역전쟁 금융시장 영향 우려

파월 의장은 물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글로벌 무역전쟁 가능성이 세계 경제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파월 의장은 “통상정책 변화가 경기 전망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미국 재계·산업계에서 통상마찰로 인한 투자·고용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도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은 수출·소비자 심리 등 모두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하며 “금융정책에 대한 영향을 전망하는 것은 어렵지만 낙관만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미중 간 무역마찰이 계속해서 악화될 경우 일본 경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이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지자 드라기 총재는 “쌍방이 냉정하게 대응하라”고 촉구했지만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즈호증권은 “미중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물론 금리인상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무역전쟁 우려만 사라지면 엔화환율이 달러당 113엔 수준까지 오르겠지만 당분간 G2의 힘겨루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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