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에 나선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훼손됐으므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소재 수출 허가 신청을 엄격하게 하고 안전보장상의 우호국 지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제한 조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적 보복 조치”라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의장국으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투자 환경 구축’이란 합의 정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성 장관은 “(이번 일본의 조치를 계기로)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 부품 소재 장비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겠다”면서도 WTO 제소 등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강력 반발에 NHK는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설치를 한국이 반대한 것이 문제”라며 “한국 정부의 강력 반발은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 “국가 간 신뢰 관계상에서 행해져 온 조치를 재검토한 것”이라며 “일본의 모든 조치는 WTO 룰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NHK는 지난 G20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만찬에서도 다른 테이블에 앉는 등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중재위원회 절차 시한인 오는 18일까지 한국 측이 불응하면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포함한 대항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약 1개월 분의 재고만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3~4개월”이라며 반도체 대기업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규제 대상인 3개 품목의 경우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아 다른 조달처를 찾으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50~7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제품 출하에 문제가 발생하면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수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거나 한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하는 일본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한 일본 대형 전기 업체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등 공급이 막혀 애플의 아이폰 생산이 줄어들면 우리(일본 기업)의 부품 공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는 2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오는 4일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은 개별 심사와 허가가 필요해진다. 

8월에는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 안전보상상 우호국으로 인정하는 ‘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지정한 27개 백색 국가에서 인정을 취소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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