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 다변화·국내 생산설비 확충·국산화 등 대일 대응책 발표
-정부 매년 1조원 지원등 대책 강구 업계도 자구책 마련등 분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반도체 공장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 파장이 국내 업체는 물론 글로벌 전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초비상이 걸렸다.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전세계 시장에서 삼성, SK, LG 등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소재 조달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는 연쇄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4일부터 일본 정부가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한 이후 일본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의 수출통관이 사실상 중단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5일 "어제부터 일본이 수출제한 조치에 들어가면서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 때문에 일본에서 수입하던 해당 품목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의 반입이 지연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에 대한 피해가 이른 시기에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IT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이 줄어들거나 중단될 경우 스마트폰과 PC, TV는 물론 자동차, 의료기기, 서버 등 전세계 IT 관련 분야가 모두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대(對)한국 수출규제 대상에 올린 3개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최고 9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소재는 우리 산업의 주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수적이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수입선 다변화와 자급률 제고 등의 중장기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IT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3개 품목 가운데 리지스트와 플루오드 폴리이미드는 올들어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했으며 에칭가스는 중국과 일본산 수입 비중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모두 사용되는 리지스트는 같은 기간 수입액 1억1266만달러 가운데 91.9%가 일본산이었다.  

  

이밖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필수적인 에칭가스는 중국산 수입이 3003만달러로 전체(6479만달러)의 46.3%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나 일본산도 2844만달러(43.9%)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에칭가스의 경우 대일 수입의존도가 지난 2010년 72.2%에 달했던 것이 중국산 수입 증가로 40%대까지 떨어졌지만 리지스트(95.5%→91.9%)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97.7%→93.7%)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017년 일본 의존도가 46.2%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급등했다.   

 

국내 관련 업계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3개 품목은 사실상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필수 소재로 꼽히고, 대일 의존도도 높아 업계에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규제로 전자업 중심인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등 지방 소재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미 상공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원가 상승과 생산 중단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타격이 예상되는 구미산단 대기업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KEC, 매그나칩 반도체 등 10여개 업체로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100여개 업체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스마트폰과 TV에 핵심부품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종이다.    

 

2개월여치 부품을 비축하고 있지만, 규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소재 공급이 중단되거나 원가 상승으로 생산 중단까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수출 규제 부품인 리지스트, 에칭 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의 수입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대기업이 대책을 세워주길 기다릴 뿐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품목에 대한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기업으로 반도체 생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디스플레이 생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각 시장에서 약 70~80%의 시장 점유율을 지닌 기업으로 일본의 제재에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등 반도체 업체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업의 주요 고객사에 "납품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으며 SK하이닉스도 일부 고객사의 문의에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업체는 차질 없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문제 발생 시 즉시 알리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4일 김기남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은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과학기술 연차대회' 이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손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양사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며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정부의 규제로 양사는 기존의 재고를 처리하며 장기적인 생산 플랜을 다시 돌아볼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비상이다. 일본 스미토모의 폴리이미드 제품을 대체할 만한 높은 품질의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일부 스마트폰 생산에는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대량 생산을 위해 일본의 스미토모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에 비해 스마트폰 생산량이 적은 LG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는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다. 중국의 OLED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먹거리인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커버 윈도우는 접히는 특성상 유리 소재보다는 ‘투명 PI’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스미토모의 투명 PI를 ‘갤럭시 폴드’용 디스플레이 패널의 커버 윈도우로 채용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높은 수준의 곡률을 위해서는 스미토모의 제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사는 소재의 다각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에 들어갈 박막강화유리(UTG)를 곡률 1.5R 수준으로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의 개발과 양산화가 아직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0% 이상을 각각 차지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전자업계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일부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영진과 연일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7일 일본을 방문, 현지 경제인들과 직접 만나 최근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국내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은 최근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 대기업 임원진을 접촉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보복조치는 국제법을 위반한 사항이라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일본이 규제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의 경우 삼성,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기로 하고 일정 조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국내 소재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소재와 관련해 매년 1조 원을 투입하기로 하는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에 (일본 정부의) 규제가 되고 있는 소재와 관련해 매년 1조 원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부품, 수입산 다변화, 국내생산 경쟁력 제고 등 다방면에 걸쳐 정부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이달 중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부품 소재 관련 경쟁력 제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관련 대책을 7월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yuniy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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