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미중 무역협상 재개 전망
주요 외신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 낮아”
‘환율조작’ 카드 꺼낸 트럼프… 연준 금리인하·대중국 압박용
높아지는 차이나 리스크… 정부 올 경제성장률 2.4~.2.5%도 불확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어낸 미국과 중국이 다음 주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협상 극적 타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교착상태로 이득을 보는 쪽도, 양보를 통한 협상 타결도 ‘정치적’인 면에서는 패배에 가까워 수평선 협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 정상회담을 하고 상대국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지난 5월 워싱턴DC 고위급 무역협상 이후 중단됐던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G2의 무역협상 재개가 공식 합의됐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본질적으로 이미 시작됐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제안에 쉽게 만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협상 난항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협정, 공정한 협정이 안된다면 협상 타결은 없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중국보다 미국에 유리하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산업·통상 관행이 불공정하다며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앞세우고 있는 미국의 요구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등 양국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교착상태로 끝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무역협상 앞두고 ‘환율’카드 꺼내든 트럼프

다음주로 다가온 미중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 카드를 꺼낸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대규모 환율조작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우리도 맞대응해야 한다”고 무역전쟁을 환율전쟁으로 확전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달 말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과도한 금리 인하를 견제하며 자신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사하자 “달러화 대비 유로화를 떨어뜨려 미국과의 경쟁을 더 쉽게 하려는 것”이라며 “EU는 중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수년간 교묘하게 이런 식으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중국에서 EU로 이어진 환율조작 주장에 금융시장에서는 세계 경제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외환·금융위기가 단기간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의 금융불안과 경기 위축 여지는 상당하다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이다. 

최근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시장 개방·자유무역’을 강조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글로벌 교역무역 증가세가 둔화하고 보호주의가 대두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국제경제에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에 날을 세웠다. 이어 중국은 위안화 절하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펼치지 않고 감세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금융개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변동성과 외화 수급불균형이 금융은 물론 실물부문의 잠재 위험요인과 맞물려 중국 경제 리스크가 증폭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美학자들 “중국은 적 아냐” 트럼프에 서한

G2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유명 학자들과 외교정책 전문가, 기업 대표 등 100명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관계를 우려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의 대중 관계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이는 미국과 글로벌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최근 행동이 곤란함을 야기했다는 것은 알지만 미국이 취한 조처들이 직접적으로 관계 악순환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이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세계 지도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며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부가 의미 있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은 미국 학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올바른 접근법은 경제·안보 목표를 지지하는 우방국과의 지속적인 연대를 강화하는 것임을 일깨우려 했다고 전했다.

◆ G2 기싸움에 우려 커지는 한국 기업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금융불안 등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한 한국은 더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높은 만큼 글로벌 무역 환경에 충격을 줄 돌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직면한 문제는 해외 국가의 통화절하에 개입한 미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로화 약세를 지적하며 대EU 관세를 언급한 가운데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내에 유럽산 자동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마음을 품고 있다”는 업계 전문가 발언을 전하며 미 상무부가 환율조작국에 대응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율조작 감시망’을 확대하고 있는 미 재무부는 올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한국·일본·독일·아일랜드·이탈리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등 9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환율시장의 투명성이 결여됐다며 불공정 무역관행 금지와 함께 위안화 환율조작 금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곧 재개될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환율조작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발 무역 분쟁에 보호무역주의 강화, 환율 공세 강화가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는 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정부는 당초 예상보다 길어진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수출 효자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며 올해 성장률을 2.4~.2.5%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 7월 예상치였던 2.8% 성장률에 비해 최대 0.4%포인트 낮춘 것이며 상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 제시한 2.6~2.7%에 비해서도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문제는 하반기 추경 집행 시기와 세계교역 상황, 수출 여건 등에 따라 성장률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 하향조정을 대외 악재에서 찾고 있는 정부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부진, 일본의 경제보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생산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등 민간투자 촉진 부양책을 내놨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재차 결렬될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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