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네이버 영화]

 

[서울와이어]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는 이탈리아의 음악가이다. 그는 잘 알려진 음악가 중 거의 최연소로 요절한 작곡가가 아닐까 한다.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모차르트도 35살이었고, 슈베르트는 31세에, 멘델스존은 36세에, 쇼팽은 39살에 사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페르골레지는 26세에 요절했으니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La serva padrona)>는 오페라 음악계에 큰 도화선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오페라와 이탈리아의 오페라 중 어느 오페라가 더 우월하냐는 토론이었지만 절대 단순하지가 않다. 귀족과 지식인들의 배틀이라고 할까? 진지한 프랑스 오페라인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를 추구하는 귀족과 희극적인 이탈리아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를 옹호하는 지식인들의 논쟁이었다. 국왕과 귀족은 프랑스 오페라를 지지했으며 왕비와 장 자크 루소, 달랑베르, 디드로 등의 지식인들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지지했다. 사실 2년이나 지속한 이 논쟁은 오페라를 핑계로 보수와 진보에 대한 내부적인 전쟁인 셈이다. 결국은 프랑스 오페라가 이기게 되어 이탈리아 오페라는 프랑스에서 쫓겨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프랑스에는 희가극 ‘오페라 코미크’가 탄생하게 되었고 더욱 재미난 것은 고전 시대 계몽사상에 힘입어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오페라 부파였다는 점이다.

 
페르골레시는 희극의 오페라처럼 작곡한 밝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폐의 지병을 앓고 있었고 다리를 절었다. 게다가 그는 후원자인 영주 부인과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더욱 건강이 악화되고 절망이었다. 페르골레시는 수도원에서 요양하고 지내며 그곳에서 성악곡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작품을 썼다. 자신이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을 예견하고 한탄하면서 예수님도 동정녀 마리아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는 것을 비추어 쓴 작품이다.

라틴어로 ‘어머니가 서 계시다’는 뜻으로 ‘슬픔의 성모’, ‘고통의 성모’ 또는 ‘성모애가(聖母哀歌)’등으로 해석된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13세기 이탈리아 시인이었던 야코포네 디 토디가 쓴 장시(長詩)에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사가 곡을 붙인 것이 최초의 작품이다. 같은 내용에 비발디, 페르골레시, 로시니, 구노 등의 많은작곡가도 그들만의 곡을 붙였다.  

 

페르골레시 <스타바트 마테르>는 12곡의 짧은 곡들이 들어있다. 그중 마지막 곡인 <예수의 육신 죽어도 영혼이 천당의 영원한 복을 누리게 하소서>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어린 시절 음악가가 되고픈 살리에리가 성당에서 기도드리는 장면에서도 들을 수 있다.

 

첫 곡인<슬픔에 잠긴 성모>는 한국영화 우민호 감독의 ‘파괴된 사나이’에서 나온다. 어느 날, 믿음 강한 목사 주영수(김명민 분) 딸이 유괴된다. 목사님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 딸을 유괴한 최병철(엄기준 분)은 아이들을 연쇄적으로 유괴한다. 그리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돈만 받고 죽인다. 잔인한 최병철은 최고의 음향을 갖추고 알몸채로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음악을 듣는다. 목사와 유괴범의 대조적인 인물의 충격적인 배합 그리고 살인을 하고 종교음악인 <스타바트 마테르>를 듣는 장면 등의 대조적인 배합은 영화를 더욱 몰입시킨다.

 

[영화‘파괴된 사나이 중’]

 

[카운트테너 필립 자루스키가 부른 전곡]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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