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엔화 약세에 日외환시장 “기다려보자”
미 연준 금리인상 따른 엔저 현상은 기대 어려워
미 국채수익률 역전 현상 우려에 시장 금리관 변화… 엔화 매도 꺼려
유가 당분간 강세 후 약세 전환 기대

3·6월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금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지만 안전자산인 엔화는 여전히 달러당 109엔대서 주춤거리며 약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지난해 하락세를 보였던 달러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상승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외환시장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엔화 시세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 3월과 6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이 기대하던 엔화 약세가 실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환율이 올해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엔화환율 상승은 엔화 약세를 의미한다.

 

일본의 예상대로 올 초 88 수준까지 하락했던 달러가치는 두 번의 금리인상을 겪으면서 4개월 만에 7.9%가까이 상승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44% 오른 94.34로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이 올해 추가로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달러가치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달러로 거래돼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가격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지만 안전자산 엔화는 여전히 달러당 109엔대 후반에서 오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발 통상마찰이 기저에 깔려있어서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뉴욕증시가 하락할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 유입 가능성이 높아 엔화를 쥐고 있는 편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노무라증권은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확대되며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미 금리인상은 미 경제 호조의 증거일 뿐”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의 금리관 변화도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 채권시장에서 국채 장단기물 수익률 역전 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가운데 7년물·10년물, 5년물·10년물, 2년물·10년물 국채수익률이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미국에서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이 역전될 경우 1~2년 후에 경기가 침체된다는 전례가 있다며 연초 0.5%를 웃돌았던 두 국채수익률 차이가 지난 21일 약 0.36% 수준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2년-10년물 국채수익률 차이가 더 좁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역전 후에는 다른 국채수익률 역시 비슷한 시기에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준이 올해 총 4차례, 2019년 3차례, 2020년 1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은 금리인상 조기 종식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고 했다.

 

현재 엔화환율은 달러당 109.73엔으로 전 거래일보다 0.33엔(0.30%) 또 떨어졌다. 엔화 약세 부진에 달러 강세·국제유가 상승·아시아 주식시장 하락까지 겹치면서 닛케이지수는 4주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며 전 거래일보다 70.23엔(0.31%) 떨어진 2만2271.77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70.53달러를 찍으며 한 달 만에 70달러대를 회복한 유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요구에 당분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각국에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이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미즈호증권은 “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어느 순간 상한가를 치고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즈호증권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산유량 감산에 나섰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이 7월 1일부터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하며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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