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역 앞에서 최저임금연대 등 노동단체 회원들이 최저임금 삭감안 제출 사용자단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빠르면 금주 내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개막여부가 결정된다. 이미 주휴수당을 합치면 사실상 시간당 1만30원에 달하는 상황 속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 최저임금 수준 심의를 재개한다. 사흘간의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12일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노동계가 제시한 1만원과 경영계가 제시한 8000원을 두고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최저임금이 8350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만원으로 결정될 경우 19.8%의 인상폭을 보이는 반면 8000원으로 결정될 경우 4.2%의 감소세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노사가 최초 안보다 차이를 좁힌 수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금액의 차이가 극심한 것은 물론 현실성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한 관계자는 “19.8%는 90년대 이후 유례없는 최대 인상폭”이라며 “그러나 그간 마이너스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마 평년도 평균 인상폭을 참조해 결정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간 평균적으로 매해 6~7%대 인상폭을 보였던 최저임금은 2018년 전년 대비 무려 16.4%(1060원)나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며 본격적인 사회적 부작용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19년 역시 평균 인상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인 10.9%(820원) 인상안으로 결정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전년보다 극심한 위기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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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 수까지 줄였는데’…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아

 

실제 아르바이트생을 다수 채용해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프랜차이즈 운영 점주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지난 2016년 말께부터 직원을 상당부분 줄인 상태다.

 

1인경영이나 가족경영으로 최저임금 시대에 대응하는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으며,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은 돈을 받아갈 수밖에 없는 사례도 허다했다.

 

여기에 기존에 없던 개념인 ‘배달료’의 등장과 그간 무료로 증정하던 서비스의 감축 등 최저임금 여파는 소비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에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맹본부는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무인결제기(키오스크)’ 등의 대안을 속속들이 내놨다.

 

결국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하기 위한 최저임금의 인상이 노동자의 일할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 된 셈이다.

 

실제 7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 최신호에 실린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국내 최저임금 인상은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영향률이 1%p 상승하면 15~64세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률은 0.079~0.132%p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최저임금 영향률은 4.1%p 올랐다. 이는 일용직 고용률이 0.324~0.541%p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해당 조사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지역별 고용조사 미시 자료와 국가통계포털 경제활동인구조사 시·도별 고용 통계 등을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대상 기간 특정 연도의 임금 수준이 다음 해 적용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 비율(최저임금 영향률)의 변화가 ▲고용률 ▲임금 ▲노동시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시장 포화라는 구조적 문제와 물가 및 임대료 상승 등 사회적 문제까지 함께 맞물리며 심한 경우 폐업까지 이르게 했다.

 

지난달 KB금융그룹이 치킨집 현황과 시장여건을 살핀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5곳 중 한 곳인 ‘치킨 전문점’의 폐업률이 창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환경이 악화된 까닭에 폐업 매장 수는 지난해 8400곳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6년에는 각각 8900곳, 8700곳이다. 반면 창업은 2016년 6800개, 2017년 5900개, 2018년 6200개로 꾸준히 감소 추세다.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일반 외식업계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크고 작은 타격을 입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년 새 문을 닫은 외식업소는 400개 중 125개(31.3%)에 달했다. 2017년 10월 1차 조사 당시 영업을 유지했던 400개 업체 중 1년이 경과된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살아남은 업체는 275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는 회원 업소 43만개 중 표본이 될 만한 업소 400개를 뽑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최근 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125개의 업체가 폐업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인건비 비중이 크고 직원 수가 적을수록 폐업률이 높았다.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곳은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이 35.4% 수준인 반면 폐업한 외식 업체는 무려 41.3%에 달했다.

 

폐업한 외식업체들이 한 달 동안 지출한 평균 인건비는 396만원으로 생존 업체(352만원)보다 44만원 많았다. 폐업 업체가 직원 1명에게 지급한 평균 인건비는 305만원으로 생존 업체보다 약 100만원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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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반대하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누굴 위한 정책인가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5월31일부터 6월14일까지 전국의 소상공인 8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금융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88.4%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감소율이 20%를 넘는 비중도 61.1%에 달했으며,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버는 소상공인은 61.9%나 됐다. 심지어 적자를 보고 있다고 답한 이들 역시 22%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9.2%가 인건비로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많은 소상공인들이 이자 등 금융비융으로 한 달 매출의 20%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의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업계 중 하나다. 실제 지난 2018년과 2019년 모두 출점속도가 기존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까닭에 매장 순증 수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이는 그간 편의점의 점포당 순이익 증가율이 2017년 -11.1%, 2018년 -18.9%, 2019년 상반기 -3.4% 등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옴에 따름이다.

 

8일 한국투자증권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점포당 손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평년 인상 폭인 7% 수준으로 오른다면 가맹점의 순이익 증가율은 2017년과 비슷한 -11.5%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3교대로 아르바이트생을 2명을 쓰는 점포로 가정해 계산된 결과다. 야간·주휴수당 포함 및 카드수수료는 결제금액의 70%, 수수료율은 1.3% 등 최근 바뀐 제도도 고려됐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에도 신규 출점은 어려워지고, 가맹점주 추가 지원책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임금근로자 보다 못한 소득으로 빚을 내 연명하는 것이 오늘날 소상공인들의 처지”라며 “몇 %를 올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으로 매년 반복되는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이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2020년 최저임금은 최근 2년간 과도한 인상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진통을 겪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결국 을과 을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저임금법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하는 날짜는 8월5일이다.

 

yu_crystal7@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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