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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김수진 기자] 세계은행의 국가별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업부문 경쟁력 순위는 116위(175개국 대상)에서 11위(190개국)까지 수직 상승했으며, 벤처 기업 수 역시 2019년 사상최대치인 3만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늘어나는 벤처 기업의 수에 비해 ‘벤처 기업 지망생’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스타트업에 유입되는 초기 투자 자본은 부족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기술보증기금에 의하면 한국의 엔젤투자는 제1벤처붐 시절의 규모를 이제 막 회복하고 있는 상태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증명하듯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직면한 사업 초기 단계, 즉 Seed 단계부터 이루어지는 투자가 전체 투자의 22%를 차지하는 반면,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의 Seed 단계 투자는 전체 투자의 5.5%만을 차지할 뿐이다. 이는 사업의 현실화를 위한 초기 단계에서 요구되는 Seed 자본을 조달할 수 없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100개 중 95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의 Seed 단계의 투자 비율이 낮은 것이 오롯이 투자자의 잘못일까? 투자자의 잘못이 아니라면, 그들을 감흥시킬 만한 훌륭한 아이디어가 없는 스타트업의 잘못일까?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바로 2분 아이디어 발표 영상 기반의 스타트업 &투자자연결 플랫폼 ‘피칫’이다.

 

피칫은 실리콘 밸리의 엘리베이터 피치문화를 온라인으로 옮긴 플랫폼 회사다. 플랫폼 안에서 스타트업은 2분 이내의 아이디어 발표 영상을 업로드해 투자자에게 노출시키고, 투자자는 영상을 넘겨보며 흥미가 생기는 스타트업과 대화를 나누거나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즉 ‘피칫플랫폼’은 언제 어디서나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2분이라는 최단 시간 안에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창구’다.

 

피칫 이동재 대표(사진=피칫)

 

피칫의 이동재 대표는 “저희는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의 문제가 투자자와 스타트업 그 자체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만나기 위한 컨택 포인트가 없어 그 방법을 찾다가 지치고, 바쁜 투자자는 오프라인에서의 미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 마음에 드는 스타트업을 골라내는 작업에 착수할 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데, 정작 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창구가 없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피칫을 만들었습니다.”라고 회사 설립 동기를 설명했다.

 

이어서, 이동재 대표는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서로를 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해 가장 최적화된 모델로 저희는 엘리베이터 피칭 문화를 꼽았습니다. 엘리베이터 피치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문화로, 엘리베이터가 이동하는 1~2분 이내 동안의 짧은 발표를 통해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자신의 아이템과 강점을 전달하는 발표 방식입니다. 이렇게 짧고 편리하게 서로를 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엘리베이터 피칭 문화 덕분에 실리콘 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활발한 벤처 투자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피칫은 서로를 끌어들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이미 검증된 엘리베이터 피칭 문화를 선택하고 접목시켰습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 피칭 문화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겠다는 피칫의 아이디어는 이미 작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피칫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국내 스타트업 육성과 지원을 위해 진행한 ‘제1회 2분 아이디어 경연 대회’ 참가 신청 기간 동안 약 30명의 참여 투자자가 모집됐고, 100여 곳 이상의 스타트업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실제 영상 업로드 기간에는 모집된 스타트업 중 30곳 이상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2분 엘리베이터 피칭 영상을 플랫폼에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피칫은 6월 27일 우수아이디어 발표식을 갖고 선정된 3팀에게 300만원의 지원금과 함께 투자자 미팅 3회의 기회를 전달했다. 추가적으로 피칫은 지난 5월 15일 영국 왕실의 피치앳팰러스(Pitch@Palace) 재단에서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최한 스타트업 경연 대회에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해 주목 받은 바 있다.

 

피치앳팰러스 단체 사진. 피칫의 팀원들이 피치앳팰러스 본선에 앞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피칫)
이동재 대표가 피치앳팰러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피칫)

 

이에 대해 이동재 대표는 “엘리베이터 피칭 문화를 접목한 피칫 플랫폼의 유용성과 간편함이 2분 아이디어 경연 대회와 피치앳팰러스 본선 진출을 통해 입증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가 신청을 한 100여 곳의 스타트업 중 약 30곳만이 실제로 영상을 업로드 한 것은 피칫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저희는 아직 한국 사회 자체가 자유로운 발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 판단하고, 이번 대회와 같은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점차적으로 엘리베이터 피칭 문화를 확산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첫 단추였던 제1회 2분 아이디어 경연 대회와 피치앳팰러스 본선을 성공적으로 마친 피칫은 현재 MVP 수준에 머물렀던 어플리케이션의 대대적인 업데이트 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ios버전 어플리케이션 개발과 런칭도 진행 중에 있다. 이와 더불어 투자자 피드백, 원본 증명 절차 지원,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비즈니스 컨설팅 등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시작하고, 국내외 VC와 액셀러레이터로 향하는 상시 지원 창구로 피칫을 접목시켜 해당 투자 기관들과 국내 스타트업 간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피칫 팀원들이 ‘제 1회 2분 아이디어 경연 대회’ 우수팀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사진=피칫)

 

이동재 대표는 피칫이 스타트업의 성공 요소를 정량화하고, 이를 활용해 ‘맞춤형 스타트업을 골라주는 알고리즘’이라는 전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벤처 투자의 자동화와 효율화를 추구하는 벤처혁신 회사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게 성공 요소에 대한 길라잡이를 제공함과 동시에, 좋은 스타트업을 선별하기 위해 매년 조 단위를 지출하는 전 세계 투자 회사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로 다가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피칫 플랫폼 안에서 투자자는 꼭 만나고 싶은 스타트업의 영상을 바로 시청하고,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바로 피칫에 접속하는 미래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런 미래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 벤처 업계에 ‘피칫’이라는 이름의 호기로운 도전자 하나가 등장했으며, 피칫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sjkimcap@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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