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령 산업부 기자

 

[서울와이어 김아령 기자] "이걸 광고 문구라고 쓰다니 제정신인가요?"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를 향한 여론의 회초리가 매섭다. 무신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페이크삭스 광고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1987년 서울대 재학 중 경찰에 불법 체포된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견디다 못하고 숨진 사건과 연관이 있다. 당시 치안본부장이 고문치사를 은폐하려고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려졌다"고 말했던 것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무신사는 제품이 빨리 마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이었지만 그 문구를 패러디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이에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사건으로 공들여 쌓아온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또 무신사를 향한 소비자들의 시선도 싸늘하게 바뀌었다. 누리꾼들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고 비판하며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역사의식이 결여된 언어 사용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도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 들림'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채널A의 '도시어부'에서도 큰 고기를 낚아 올리는 장면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을 삽입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비판이 제기됐고, 각 프로그램 제작진은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거듭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패러디에 대해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들지 말라'라는 식의 반박도 나온다. 하지만 비하 의도가 없더라도 비극적인 사건을 광고 또는 재미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도 젊은층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에 나서는 만큼 담당자들이 책임감과 역사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 또 한번 비극의 역사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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