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

 

[서울와이어] 줄리에타는 오스트리아 백작 가문의 딸로서, 19세인 1801년에 베토벤의 제자가 되었다. 사실 줄리에타는 연애를 잘하는 여인으로 소위 밀고 땡기기를 잘한 여자였다. 줄리에타는 베토벤의 연인이 되고 베토벤은 그녀에게 청혼하게 되었다.

그 무렵 프랑스의 정치적 사상은 자유, 평등, 박애의 계몽주의 사상이 불고 있었다.

영화에서도 평민 베토벤이 귀족 줄리에타의 손을 잡고 귀족들 사이를 헤치고 걸어가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베토벤이 귀족들을 향해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외친다. 이러한 장면은 베토벤의 자신감 있는 성격과 변화될 세계의 기대심을 보여준다. 이때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1악장》이 흐른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Symphony No. 3 E-flat major op.55 ‘Eroica’는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했던 곡이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정치적 이념을 실현 시켜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곧 베토벤이 음악적으로 구현하려고 하는 이념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위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교향곡을 헌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베토벤의 기대는 무산되었다.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가 된 것이다. 베토벤은 나폴레옹도 역시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실망감으로 ‘보나파르트’를 지워버리고 《영웅 교향곡》으로 제목을 바꾸어 버렸다.

 

교향곡이란 관현악으로 된 다악장의 곡이다.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에 의해 4악장의 구조가 확립되었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도 4악장의 구조를 따랐다. 베토벤도 이전 작곡자들처럼 초기의 작품에서는 4악장의 구조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6번 교향곡은 5악장으로 휴지부 없는(악장과 악장 사이에 쉬지 않는) 파격적인 구조를 보여주었다. 교향곡의 개수를 보면, 모차르트는 짧은 생애를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41개의 교향곡을 작곡한 것에 반해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과 미완성된 한 곡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베토벤 교향곡 1번과 2번》은 하이든, 모차르트의 양식이 보인다. 그러나 1803년에 작곡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부터 베토벤의 독창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같은 4악장의 구조이지만 내용 면으로 확장된 구조를 취하고 있다. 1악장에는 짧은 서주 나오며 1악장의 길이가 길어지고 리듬, 화성, 잦은 조바꿈 등으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2악장은 《장송행진곡》Marcia funebre 으로 되어있다.

 

[2악장 장송행진곡은 14분 40초부터 시작되는 부분]

 

줄리에타는 베토벤의 청혼에 기뻐했지만, 줄리에타의 아버지는 베토벤이 대중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가 일 년간 연주 활동도 하지 않으며 그의 행실이 좋지 않다라는 소문으로 결혼을 반대 한다. 그러나 줄리에타의 사랑으로 아버지는 베토벤이 연주를 하면 결혼을 승낙해 주기로 내기한다. 줄리에타는 베토벤에게 편지를 썼다.

 

최신 피아노가 런던에서 빈으로 온다 합니다. 하인들은 내보낼 테니 마음껏 연주하세요…

줄리에타와 그녀의 아버지는 베토벤의 행동을 숨어서 지켜보았고 이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월광’ 1악장>을 연주한다(베토벤이 줄리에타에게 헌정한 곡이다). 줄리에타가 피아노 치는 베토벤 옆으로 간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미 청력을 잃어가고 있어서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가 줄리에타를 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 베토벤은 몹시 화를 내며 다시는 줄리에타를 만나지 않았다 한다. 줄리에타는 다음 해 갈렌베르크 백작과 결혼을 했다. 따라서 줄리에타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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