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하나·신한은행 채용비리 공판이 꽤나 굼뜨다.

비슷한 시기에 공판을 시작한 우리·부산·대구은행이 2심까지 마칠 동안 1심 판결도 받지 못했다. 올 연말에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두 은행은 각각 최대주주(금융지주) 부회장·회장이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는 검찰이 업무방해죄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업무방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사기업의 채용 자율성을 무시한 채 밀어부치기도 무리가 있어서다.

애당초 무리한 공소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행법상 사기업에 대해서는 채용비리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이 다소 '쌩뚱 맞은'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이 터지기 전에 국내 기업이 채용 문제로 최고경영자(CEO)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파헤치고 검찰에 넘긴 금융감독원 역시 주의를 주는 정도로 마무리 했다. 제재를 가할 명분이 없어서다. 강도 높은 검사와 대대적인 언론 발표로 은행권 채용비리를 이슈화 했던 과정치고는 초라한 결과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물론 채용비리는 척결돼야 한다. 사실 유무, 책임 유무를 떠나 이번 일을 계기로 은행권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등 채용 프로세스를 투명화 했다.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 남은 건 공판을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것이다. 공판이 늘어지는 기간 만큼 은행은 '채용비리'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은 기업에 있어 약점이다. 특히 포용금융, 디지털 전환, 글로벌 전환 등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과제가 눈 앞에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 불확실성은 자칫 기업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의 동력 약화는 결과적으로 경제에 좋을 게 없다. 치열하게 법리공방을 벌이되 공판에 속도를 내주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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