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생산량 더 늘려 유가 급등 진정 촉구
트럼프 강경 발언 후 아시아 시장 유가 소폭 하락
시장에선 ‘수급 불균형’ 우려 확대
美 대이란 강경책, 캐나다·리비아 등 원유 공급 불안정 해소가 관건

트럼프 대통령이 OPEC의 증산 합의가 국제유가 하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증산을 늘려 유가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책과 캐나다·리비아 등의 원유 공급 불안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배럴당 80달러대 고유가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제유가 하락 압박에 유가가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급등 리스크가 여전하다며 유가가 80달러대를 돌파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5일 오전 도쿄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35달러(0.5%) 하락한 배럴당 73.79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도 0.35달러(0.5%) 떨어진 73.79달러 수준을 보였다.

 

4일(현지시각) 브렌트유가 78.24달러, 두바이유도 전 거래일보다 0.30달러 오른 75.07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보면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다. WTI는 미국 국경일로 거래 정보가 없지만 지난 3일 장중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아시아 시장의 유가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산유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비판하며 “당장 가격을 내려라”고 촉구한 이후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OPEC 증산이 유가 하락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OPEC 회원국 상당수를 거의 무상으로 지켜주고 있는데 그들은 오히려 유가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혜적 관계를 위해서는 유가를 낮추라고 강조했다.

 

미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OPEC에 가격 인하를 촉구한 것은 산유국들에게 공급 물량을 늘려 유가 급등을 진정시키라는 주문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은 지난달 열린 OPEC 총회에서 1년 반동안 이어진 감산 정책을 종료하고 이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시장에서는 OPEC의 증산으로 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려 당시 66달러 중반이던 8월물 WTI 가격이 5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반대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 3일 WTI 가격은 3년 7개월 만에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의 유가 상승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며 원유 공급능력에 제한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오일샌드 개발업체 신크루드의 생산 중단 사태가 발생한 캐나다는 물론 리비아·베네수엘라에서도 원유 공급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올리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직접 증산을 촉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바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접촉해 하루 200만 배럴 증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KB증권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는 ‘단기 과열 국면’이라며 사우디와 UAE가 증산에 나서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은 “유가 상승은 OPEC과 러시아 등의 감산 합의가 주원인이었지만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감소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 결정으로 한층 가속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니혼게이자이 역시 닛산증권을 인용해 “고유가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6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80달러대를 바라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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