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보복조치’ 강도 높이겠다 으름장
日 주요 언론 ‘수출규제 명목’에 의문 제기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나선 일본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답변 시한(18일)을 이틀 앞두고 청와대가 수용 불가한 기존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며 일본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주요 기업인과의 만남에서 “일본의 보복조치는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과거사와 경제 문제를 연계시킨 것은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며 지적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日정부 “문대통령 지적 사실 아냐” 입모아

하지만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의 비판에 정부 차원의 수출 관리이며 보복조치가 아니라며 오히려 한국의 강경 대응을 비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문 대통령의 일본 비판 발언 후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며 “일본은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실시하기 위해 운용법을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도 “수출 규제는 보복(대항)조치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설명해 왔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도 “안보 목적의 수출 관리”라고 반박했다.

한일 간 무역 분쟁 소식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는 일본 언론들은 대부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15일 마이치니신문은 칼럼에서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의식한 것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에 반도체 수출 관리를 강화한 것은 ‘부적절한 사안’ 때문이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는 아베 총리가 ‘부적절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한국이 해당 품목을 북한에 유출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고 정부 발언에 어폐가 있음을 지적했다.

◆ 미쓰비시 압류 자산 매각 움직임에 ‘화들짝’

이런 가운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에 대한 국내 압류 재산 매각 추진 움직임이 일자 일본 정부는 보복 강도를 높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만에 하나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마이니치는 고노 외무상의 발언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시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쓰비시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시한 최종 시한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가 매각 절차를 취하는 것은 일본제철(日本製鉄, 옛 신일본주금), 후지코시(不二越)에 이어 세 번째라고 전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앞서 압류해 놓은 미쓰비시의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건 6건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가압류된 상표권에는 ‘MHI’라는 미쓰비시중공업의 로고도 포함돼 있어 매각이 현실화되면 한국에서 로고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비판은) 과열하는 한국 여론에 대응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지만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의 이유라고 밝힌 ‘부적절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NHK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할 때까지 단호한 대처를 강조한 청와대가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면서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 日 중재위 시한 18일, 韓 청와대 회동

한일 청구권 협정에 근거해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일본 정부의 최종 시한인 18일 청와대는 여야 5당 대표와 회동을 열기로 합의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박맹우 자유한국당, 임재훈 바른미래당, 김광수 민주평화당,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오는 18일 오후 4~6시 문 대통령과 대표들의 회동을 열기로 합의했다며 “사상 초유의 한일 간 무역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이 사안을 최단 시일 내에 해결해 나가기 위해 초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대책을 정부로부터 보고받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 방안과 국정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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