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

 

[서울와이어] 쉰들러는 줄리에타가 떠난 그해 여름 베토벤, 동생 요한 그리고 카스파와 함께 바덴에서 보낸 것을 알게 된다. 베토벤은 동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소리 지르고 다투는 장면이 대부분이지만 이 장면은 참 좋은 형제 사이로 보인다. 이때 나오는 음악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Op.61》이다. 1806년 작곡된 것이며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바덴에서 조안나를 알게 되고 동생 카스파와는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선포했다. 베토벤은 완강히 반대했으며 그들이 결혼하자 격분하여 심지어 그녀를 카스파를 꼬신 매춘부라는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한다. 그리고는 베토벤과 카스파는 평생 화해하지 않았다. 카스파는 폐병으로 베토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쉰들러가 두 번째 찾아간 여인은 안나 마리 폰 에르되디(Anna Marie von Erdődy, 1779-1837)

 

에르되디는 아랏(Arad)의 귀족가문의 여인이다. 페테르 폰 에르되디(Péter von Erdödy)백작과 결혼 후 아이를 낳다가 죽음의 위기에서 겨우 깨어나 신체적인 마비 장애가 있었다.

 

그녀는 1802년 피아노 콘서트에서 베토벤을 만났게 되었다. 한다. 베토벤이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이미 청력이 손상되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맞지 않았다 한다. 웃음거리가 된 베토벤을 에르도디 백작부인이 베토벤을 데리고 연주회장을 나왔다. 이때 나오는 음악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다. 영화에서는 그 후로 베토벤이 청력을 잃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황제>는 1809년 작곡되고 1810년 초연된 작품이다. 에르로디 백작부인은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이었고 빈에서 아이 셋과 살고 있었다. 원래 상당한 실력의 피아니스트였지만 영화에서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에르도디 백작부인은 전쟁 중 폭격에 의해 어린 아들을 잃게 되었다. 베토벤은 에르도디 백작 부인을 위해 베토벤 《피아노 3중주 5번 ‘유령’》Piano Trios, Op. 70을 헌정했다. 

베토벤은 피아노 트리오 7곡을 작곡했다. 피아노 트리오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배합을 말한다. 그중 《피아노 3중주 5번 ‘유령’》은 1809년의 작품으로 베토벤이 붙인 제목은 아니다. 느린 2악장의 묘한 분위기가 으스스하다고 느껴져 ‘유령’이라는 부제가 붙여졌다.

 

에르도르 백작부인은 베토벤을 무척 사랑했으나 베토벤은 그렇지 않았다 한다. 따라서 에르도디 백작부인도 불멸의 연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장면은 바뀌어 쉰들러가 동생 카스파의 아내인 조안나를 만나 그의 조카 칼에 양육권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안나는 자기 아들과 살기를 원하고 큰아버지인 베토벤은 조카 칼을 양육하고 싶어 한다. 아니 양육 그 이상으로 집착에 가까웠다. 

베토벤은 법정 싸움에서 이겨 칼을 양육하게 되었고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칼은 재능이 없었고 그런 자신에게 기대하는 베토벤이 부담스러웠다. 칼은 견디다 못해 베토벤에게  벗어 나는 길은 자살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칼이 등장할 때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이 곡은 영화 ‘킹스스피치’에서 다룬다)의 선율이 흐른다. 다행히 칼은 총을 잘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베토벤은 칼과도 조안나와도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사이가 돼버린다.

 

다시 쉰들러는 ‘불멸의 연인’을 찾아 나선다. 

쉰들러 카스파의 미망인 조안나를 찾아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필체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호텔 숙박기록에 있는 필체와 조안나의 필체를 비교하며 같은 필체임을 확인한다.

 

영화는 초반으로 되돌아간다. 조안나와 베토벤은 카스파 몰래 사랑을 했고 칼스버드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베토벤의 마차 사고로 늦어질 거라는 전보를 못 본 조안나는 베토벤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베토벤 역시 떠나버린 조안나가 자신을 버렸다 오해한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줄거리인가? 게다가 제수씨의 아이인 칼이 베토벤의 아이였다. 영화의 마지막은 베토벤과 조안나가 화해하고 칼에 대한 친권을 생모에게 양도하면서 아름답게 맺음을 지었다. 

 

현재까지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여인은 요세피네 폰 브룬스비크(Josephine von Brunswick, 1779–1821)이다. 그녀는 1799년 베토벤이 피아노를 가르친 제자였고 베토벤이 무척 사랑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정략결혼을 할 다임 백작이 있었다. 다임 백작이 사망한 후에 요세피네는 꼬인 인생을 살았다. 베토벤은 그녀를 원했지만 네 명의 자녀를 둔 그는 베토벤이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할 거 같지 않았다. 요세피네는 귀족 크리스토프 폰 슈타켈베르크(Christoph von Stackelberg) 남작과 재혼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 그와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하고 다시 재결합하면서 셋째를 낳았다. 그러나 셋째가 자신의 딸이 아님을 의심한 남작은 요세피네의 양육권을 빼앗았다. 요세피네는 재정적으로 무척 힘들었었다. 게다가 에두하르트 아드리안이라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아이도 낳았는데 그 아이는 일찍 사망했다. 

 베토벤도 요세피네 이후에도 요세피나의 언니를 비롯하여 몇몇 여인들이 더 있었으나 끝내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