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분담제' 시행 5년차…중증 아토피 환자에겐 '그림의 떡'/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김아령 기자] "중증 아토피는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에요. 치료가 안되면 더 이상 고통없이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증세가 심할땐 하루 1시간도 못자고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나날을 보내요. 지옥 그 자체죠"

 

직장인 김(27)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극심한 고통받았다. 치료를 위해 온갖 민간요법까지 다 써봤지만 무용지물이었고, 10년 이상 아토피 약을 복용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까지 생겼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출시한 아토피 치료주사제 '듀피젠트'를 맞고 난 뒤에는 최근 들어 그나마 식사를 제대로 하고 잠도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약품은 기존 치료제인 스테로이드와 광범위 면역억제제에 비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 미국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혁신 신약의 단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약 값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1회 300㎎ 용량을 주사하는 데 약 100만원 정도 든다. 첫 회 600㎎ 투여 후 2주 간격으로 300㎎을 투여하면 연간 치료비가 250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효과가 확실해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치료를 도중 중단하거나 시작조차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94만2927명으로, 이 중 20세 이상이 40만2938명으로 전체 환자의 42.7%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중증도 이상의 환자가 30%에 달하지만, 그에 마땅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위험분담제도'를 도입했다. 위험분담제는 고가 항암·희귀질환 신약에 건보를 적용하되 해당 제약사가 수익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건보 재정 부담을 나눠 지는 제도다. 환자 입장에서는 신약 접근성이 용이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신약 급여 결정 원칙이 유지되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를 적용받으려면 ▲기대수명 2년 미만인 심각한 질환 ▲암·희귀질환 치료제 ▲별도의 대체재 없이 질환별로 최초 1개 치료제만 등록 가능하다는 점이다. 암이나 희귀질환이 아닌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제약사와 계약을 통해 위험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약가가 일괄 고시되지 않고 무작정 위험 분담 대상 약을 늘리면 건보 재정도 많이 소요되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급형 위험분담제는 원리상 추가적 재정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현행 법 아래에서 적용 대상을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자(정부)로선 건보 재정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사안에 따라 고가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제약사와 적절한 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며 "신약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kimar@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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