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124석의 참의원 의석을 놓고 치러진 제25회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대승을 거뒀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여당 지지율에 일본 언론들은 “국민들이 안정을 택했다” “한국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연립 여당에 일본유신회 등을 합친 개헌 세력의 의석수는 개헌발의선을 위한 조건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아베 정권이 중의원 해산·총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며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2일 산케이신문은 이제 정국의 초점은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총선이라는 ‘해산 카드’를 언제 꺼내들지에 달렸다며 임기 만료 전에 해산 카드를 내밀어 개헌이라는 숙원 실현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유권자에게 개헌 필요성을 호소한 것은 향후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한 만큼 해산 카드가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2021년 9월 말 임기까지 중의원 해산·총선을 하지 않고 퇴진하면 차기 총리 취임 직후인 10월 중의원 선거가 치러진다며 내년 도쿄 올림픽 전후인 7~9월 실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식 후인 연말에서 내년 초, 내년 봄 예산안 국회 통과 후, 도쿄 올림픽 후 가을이 후보로 예상되지만 중의원 해산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남은 2년의 임기 중 해산을 들먹이며 구심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베 정권의 기본 전략이라는 것.

선거 개표 후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회담한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후 정권 운영에 대해 논의한 후 새로운 참의원 의장 선출을 위한 임시 국회를 8월 1일 소집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이후 개헌 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악화로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면 개헌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협상도 주목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로 계획한 미일 무역협상을 참의원 선거 후로 미뤄주면서 ‘큰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무역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농산물과 소고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트윗했다.

CNN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선거에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무역협상 타결을 미뤄온 아베 총리에게 기쁜 소식이라고 평가했고 NHK도 “아베 총리의 골프 회동이 이뤄낸 성과”라고 전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긴장과 맞물려 골치가 아파진 상황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민간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 연합체 구성 동참을 동맹국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한일 순방길에 오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일본의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의 경우 이란과의 우호 관계를 쉽게 저버릴 수 없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 안보 면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무역협상에서 양보를 하도록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며 아베 정권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등 한국 때리기가 강화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을 적대시하는 전략으로 보수층 결집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일본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한다는 계획이다.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 의견수렴 기한이 오는 24일로 다가오면서 일본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개정안을 공표한다고 으름장을, 우리 정부는 22~23일께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과 철회를 촉구하는 이메일 의견서를 보내며 사태 해결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23~24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일 양국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보복을 시사하고 있는 아베 정권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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