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의 부당성에 대한 논의가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펼쳐진다.

164개 국가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하고 처리하는 WTO의 최고 기관인 일반이사회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며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논의는 14개 안건 가운데 11번째로 상정돼 있다.

우리 정부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수석대표로 파견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통상적으로는 현지에 있는 주 제네바 대사가 이사회에 출석하지만 정부는 이례적으로 김 실장을 파견해 직접 발언자로 내세웠다.

산업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응하기 위해 김 실장이 참석하기로 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해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진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간 무역분쟁에서 1심 판정을 뒤집고 최종심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을 파견해 일본의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안전보장에 관한 수출관리 운용은 각국에 맡기고 있다는 점 ▲전략물품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부적절한 사례가 있다는 점 ▲WTO 협정에서도 안전보장상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양국 정부는 WTO 일반이사회가 2년에 1번 열리는 각료급 회의를 제외하고는 실직적인 최고 기관이지만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등 구속력 있는 조치나 결정이 나오지 않는 만큼 국제 여론몰이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이사회에서 언급된 내용이 향후 WTO 제소의 근거가 될 수 있어 일본 정부는 긴장하는 눈치다. 

한국은 지난 9일 WTO 상품 무역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판하며 WTO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신뢰 훼손을 이유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며 WTO 협정에 위반한다고 주장한 한국이 이번엔 한국 산업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은 물론 전 세계적인 공급망·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NHK는 각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해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로 연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WTO 일반이사회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린다.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의제는 이날 밤 논의될 전망이지만 2일째인 24일 회의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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